'행정전산망 먹통' 국가 상대 ‘재산 피해’ 소송 가능성… 배상은 ‘글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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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객관적 손해 입증 관건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 어려워
카카오 먹통 때도 배상 못 받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찾아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찾아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로 공공기관 서류 발급 등이 중단되면서 전국적으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피해가 속출했다. 국가를 상대로 재산적 피해에 대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배상을 받기 위해 손해를 입증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은 지난 17일 사용자 인증 문제로 장애를 겪었고,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같은 날 서비스가 중단됐다. 온라인과 공공기관 모두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민원인이 요청하는 서류 발급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 행정안전부는 19일에야 문제가 일어난 명확한 원인을 발표했고, 지난 18일부터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행정전산망 오류로 필요한 서류를 받급받지 못한 시민들은 중요한 업무를 제시간에 처리할 수 없었다. 대출, 잔금 처리 등을 원하는 시간에 하지 못해 당장 재산적 피해가 커질 상황에 놓였다. 은행이나 부동산 거래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고, 전입신고 역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질적 피해가 이어져도 법적으로 즉각적인 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피해자들은 국가에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국가가 일으킨 문제로 ‘객관적 손해’가 일어났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시민들이 손해 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해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와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카카오 먹통으로 경제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정신적 고통까지 받았다고 주장해도 배상을 하라는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카카오는 대신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해 당시 275억 원 규모 자체 보상안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 사태로 단순히 서류만 발급하지 못한 상황이면 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입증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국민이 행정전산망을 이용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 피해 규모도 산정하기 어려워 배상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2017년 전산 장애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당시 서버 관리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실을 법원이 인정했고, 일부 코인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 반영됐다. 정부가 네트워크 장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점이 입증되고, 서류 발급 문제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증할 수 있다면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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