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다 빠지고…” 운전기사 못 구해 부산 버스회사 발 동동
채용 청탁은 옛말, 구인난 심각
올해 필요 인원 절반도 못 뽑아
더 열악한 마을버스는 배차 조정
기사 못 구한 택시회사 폐업도
조건 좋은 택배·배달 수요 늘며
운전기사 대신 배달노동자 몰려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안정된 고용, 적지 않은 급여 덕에 인기를 끌었던 버스 운전기사직에 최근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부산 버스업계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올해 버스회사들은 채용 공고를 내고도 목표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는데, 급기야는 1차 서류 심사 단계에서 뽑을 만한 사람이 없어 아예 채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7일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1일 22개 부산 버스회사에서 62명을 선발하기 위한 채용 공고를 냈고, 지난 4일까지 모두 109명이 원서를 냈다. 숫자상으로는 1.75대 1의 경쟁률이지만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나면 사실상 뽑을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올해 부산 버스회사들은 718명을 채용하기 위한 공고를 내고도 실제로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4명(49.3%)만 고용했다. 2021년 채용 필요 인원의 73%, 2022년 55.2%를 채워오다 올해는 절반 선마저 무너졌다. 2018년 시내버스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사람을 대거 뽑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구인난이 심각하진 않았다.
한때 노조에 뒷돈을 줘가며 채용 청탁을 해 취업비리까지 빚어졌던 버스 운전기사직이었는데, 최근에는 인기 있는 회사로만 사람이 몰릴 뿐 대부분 회사는 인력난을 겪으며 “와 주기만 하면 감사하다”고 토로할 정도다. 급기야 이달 버스운송조합을 통해 채용공고를 낸 22개 회사 중 5개 회사가 1차 서류 심사 단계에서 채용을 포기했다.
마을버스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개 마을버스에서 2년가량 경력을 쌓아 시내버스로 올라오는데, 시내버스 운전사 공급망 역할을 하는 마을버스에는 최근 채용이 전무하다시피하다.
부산 52개 마을버스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부산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 문봉기 전무는 “운전기사 자리가 비면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여러 곳에 채용 공고를 내도 아예 사람이 오지 않는다”면서 “문의 전화 한 통이라도 오면 그것도 반가워서 어떻게든 그 사람을 잡아보려 애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영세한 마을버스 업체들의 경우 기사 부족 때문에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대 배차 간격을 최대한 늘려 잡고 있다. 이에 따른 시민 불편도 불가피하다.
기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보니 70대 이상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아찔한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일 오후 8시께 부산 동구 범일역 인근에서는 70대 기사가 운전하는 마을버스가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와 버스 표지판을 잇달아 들이받아 승객 등 모두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택시기사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폐업한 대도택시의 경우 60년 업력을 가지고도 보유한 면허 택시 118대 중 운전기사가 없어 54대를 놀리다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다른 택시 회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계는 코로나 이후 택배, 배달노동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구조와 휴무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이점 등이 젊은 층에 어필하면서 운전기사로 오려던 수요군이 택배·배달 노동자로 몰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많으면 월 1000만 원도 벌 수 있고,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으니 버스업계 입장에서는 처우 면에서 따라잡을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부산의 시내버스 운전기사 수는 5922명이다. 2020~2022년 부산 버스기사 채용 현황을 살펴보면, 20대가 3%, 30대가 34% 40대가 43%, 50대 이상이 20%였다.
버스업계에서는 취업난과 구인난의 ‘미스 매칭’을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부산시가 버스 운전자 양성 교육에 나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운전기사직이 젊은 층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직업군이다 보니 구인난을 겪게 되는 것 같다”면서 “대부분 다른 일에 도전했다 운전 경력을 갖고 40대 50대에 운전기사직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령대의 기사 수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조합 측과 수시로 소통하며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