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응급실 찾은 40대, 1시간 만에 식물인간으로…무슨 일이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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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응급실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응급실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제공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40대 남성이 1시간 만에 식물인간이 돼버린 사건에 대해 병원 측이 5억7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지후)는 피해자 A(43) 씨가 모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학병원 의료진이 A 씨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과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학교법인이 A 씨에게 위자료 등 명목으로 5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은 2019년 4월 A 씨가 아버지와 함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으며 시작됐다.

2013년 폐렴으로 입원한 적이 있고 신장도 좋지 않은 A 씨는 "1주일 전부터 하루에 10차례 넘게 설사를 하고 이틀 전부터 호흡곤란 증상도 있다"며 "신장 치료를 위해 조만간 혈액투석도 시작한다"고 의료진에게 알렸다.

당시 응급실에서 잰 A 씨의 체온은 40도, 분당 호흡수는 38회로 정상수치(12~20회)에 비해 높았다.

의료진은 이런 상태에서 A 씨가 의식마저 잃어가자 마취 후 기관삽관을 했다. 인공 관을 코나 입으로 집어넣어 기도를 열고 호흡을 확보하는 처치법이다.

이후 곧바로 A 씨에게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으나 5분도 지나지 않아 심정지 상태가 됐다. 응급구조사가 급히 흉부 압박을 했고 의료진도 A 씨에게 수액을 투여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A 씨는 이미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반혼수 상태에 빠졌고 식물인간이 됐다. 스스로 증상을 표현할 수 없고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응급실에 걸어 들어간 지 1시간도 되지 않은 때였다.

후견인인 A 씨 아버지는 2020년 5월 변호인을 선임한 뒤 총 13억 원을 배상하라며 대학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의 변호인은 "환자가 의식이 있는데도 의료진이 불필요한 기관삽관을 했다"며 "기관삽관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지 않는 등 경과 관찰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학병원 의료진이 기관삽관을 하는 과정에서 경과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다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당시 의료진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A 씨 상태를 고려해 일반 환자보다 더 각별하게 주의해 호흡수·맥박·산소포화도 등을 기록하며 신체 변화를 관찰했어야 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도 의료진은 기관삽관을 하기로 결정한 후부터 심정지를 확인한 15분 동안 A 씨의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거나 기록하지 않았다"며 "이런 과실과 A 씨의 뇌 손상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A 씨의 호흡수가 증가하고 의식도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관삽관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병원 의료진이 A 씨의 심정지 이후 뇌 손상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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