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려운 곳 찾아다니며 돕는 '남구의 키다리 아저씨'
황성문 (주)경민상사 대표
2016년부터 남구서 나눔 활동
"어렵다" 연락 오면 찾아가 지원
나눔리더·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복
앞으로도 계속 나눔 실행할 것"
정체를 밝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아 소녀 주디를 따뜻하게 응원하고 도와주는 소설 속 ‘키다리 아저씨’.
황성문 (주)경민상사 대표는 꾸준한 나눔 활동으로 남구 지역에서 소문난 ‘키다리 아저씨’다. 올 4월에는 100만 원 이상을 기부하는 개인 기부자 모임인 나눔리더에 가입했고, 7월에는 1억 원 기부를 약정하며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키다리 아저씨의 나눔 시작은 부산 남구 문현동이었다. “2016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동네 작은 서점의 사장님이 동네 통장을 맡고 있었는데,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다며 도와줄 사람을 찾더라고요. 제과제빵 실습을 해야 하는데 학원비 50만 원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50만 원이 엄청 큰돈일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문현동에 아직 공동화장실이 있는 건 아시나요? 그런 것들을 알게 되고 또 제가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기부도 조금씩 더, 그렇게 하게 됐어요.”
황 대표는 현금보다는 현물 중심의 기부를 한다. 구청 직원이나 동네 통장이 ‘어디에 뭐가 필요하다더라’ 하고 연락해 오면 직접 찾아가 보고 판단한 후 지원하는 것.
“얼마 전에 산복도로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났대요. 출입구 위쪽 유리창이 너덜너덜해져서 떨어지려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 고치고 있다는 거예요. 살짝 가서 보니까 위험하더라고요. 주민들은 누가 고쳐줬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마워하시겠지요.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보고 해줘야겠다 싶으면 해 드리고, 참 재밌어요.”
어렵고 힘든 지역 곳곳에 황 대표의 손길이 닿아 있다. 갈 곳 없는 외국인 여성과 아기의 생활을 몇 년간 돕고, 노숙인 쉼터에 냉장고와 청소기를 들였다. 우암동 소막골 우물의 고장난 수중 모터펌프를 바꾸고, 아동위탁시설에 에어컨을 달았다. 경로당에 선풍기와 온수매트를 선물하고,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위한 겨울 잠바와 운동화를 샀다. 황 대표는 “이런 일들을 하는 게 종교시설에 가서 기도하는 것과 마찬가지 같다”고 말했다.
“철물업을 시작한 지 4년 반쯤 됐어요. 다들 상황이 어렵다고 하는데 지난달에 최고 매출을 찍었습니다. 제가 조금씩 도움 드린 분들이 고맙다고 생각해 줘서 하늘이 복을 주시는가 보다 생각이 들어요. 그걸 자양분으로 삼아서 또 잎사귀로 올려야지요.”
황 대표는 경민상사 외에도 경민철물안전, 경민에너지, 금융단지주유소 등 업체 4개를 운영하고 있다. 장기근속 직원이 많고, 타기업에서 정년퇴직한 이를 고용하기도 한다.
“사회에서 1부에 있는 사람들 말고 2.5부나 3부에 있는 사람들끼리 야구단이나 축구단 만든 거죠. 우리끼리 ‘으쌰으쌰’ 힘을 모아서 리그 승급해 보자 하는 겁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황 대표는 “좋은 일을 해서 보람 있고 뿌듯하다기보다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거예요. 아마 더 커지겠죠. 제가 힘이 그렇게 세지 않기 때문에 남구 안에서라도 계속할 생각이고요. 경민상사가 있는 사상구 학장동도 돌아다녀 보니 어려운 동네더라고요. 내년 설부터 학장동에서도 작게라도 나눔을 실행하려고요. 혹시 어디에 가 봤는데 정말 어려운 곳이 있더라 하면 연락 주세요.”
글·사진=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