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내몰리는 부산 아파트… 영끌족이 위험하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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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파트 경매 비중 44.9%
전국 평균 24.4%의 배 육박
지난달 감정가도 243억 달해
고금리 장기화 이자 부담 한몫
하반기 입주 물량 급증 여파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초고층 빌딩.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와 센텀시티의 초고층 빌딩. 부산일보DB

고금리 장기화로 부산지역 아파트 물건이 경매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무리한 대출을 받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과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자 등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빌라나 상가에 비해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마저 경매로 나오는 것이다. 자영업 위주의 열악한 지역 경제 구조와 올 하반기 입주 물량 급증으로 인한 ‘역전세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6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에서 경매로 나온 아파트 감정가는 243억 6600만 원으로 전체 경매 물건 감정가(388억 2176만 원)의 62.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달 기준 전국 단위로 경매 물건의 감정가를 평가했을 때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26.3%)보다 훨씬 큰 수치다. 수도권에서는 빌라, 오피스텔 등의 거래 비중이 본래 높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부산의 경향성은 도드라진다.

올해 1~11월로 기간을 넓혀도 부산의 경매 시장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감정가 기준)은 44.9%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1%에 비해 5%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올해 1~11월 전국 평균인 24.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다른 건물에 비해 안정적이고 인기가 좋은 아파트마저 부산에서는 경매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 매매 시장이 아닌 경매 시장으로 나온 물건들은 유찰을 거듭하며 물량이 쌓이고 있다. 올해 부산지역 경매 건수는 7881건이지만, 실제 매각된 건수는 1706건으로 매각률은 21.6%에 불과하다. 지난해 28.2%에 비해 매각률이 대폭 줄었다. 경매 신청 이후 법정에서 실제로 매각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고, 고금리 추세가 당장 꺾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황도 낙관하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부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05.6으로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98.7로 100선이 무너졌다.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에는 90.6을 기록, 90선마저 위태로운 모양새다.

부산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도 지난달 3억 6324만 원을 기록하며 비슷한 추이를 그리고 있다. 2년 전인 2021년 11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 3543만 원으로 2년 새 평균값이 7200여만 원이나 하락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2020~2021년 집값이 배가량 급등하는 시기에 전세를 끼고 투자를 한 이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며 “올 하반기 부산에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역전세난’이 발생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내어주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자영업 위주인 부산의 경제 구조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이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고 아파트 등 물건을 던지는 걸로 볼 수 있다”며 “굉장히 무리해서 투자한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물건을 경매 시장에 내놨고, 올 하반기부터는 버티다가 끝내 포기하는 이들의 부동산이 경매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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