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 교육 훈련이 나아가야 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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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완 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 교수

작년 화재발생 건수는 총 4만 11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00여 건이 증가했다. 이 중 방화로 인한 화재는 총 4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건이 늘어 30%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해가 지날수록 화재발생률은 증가하고 특히 방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 1만 원을 눈앞에 둔 지금 우리는 상대적 빈곤을 느끼며 서로 시기, 질투하여 나보다 좀 더 나은 상대가 보이면 그들의 행복에 불만을 가진다. 현재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을지언정 심리적 불안이 커지며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고 상대를 파괴하려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른 수단으로 누군가는 방화라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화재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예방만 잘하면 된다고. 하지만 예방만 잘한다고 화재가 일어나지 않을까? 예방이 만능은 아니다. 행복이 결여된 방화범이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 불을 지른다면 우리는 화재를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작년 6월 부산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실제 방화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그때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대학 응급실 진료에 불만을 품은 방화범은 미리 준비한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한쪽 팔에 끼고 바닥에 쏟아 부으면서 걸어 나와 여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순식간에 응급실 안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이 상황에서 예방은 ‘소방훈련’이다.

평소 실시한 소방 훈련과 교육이 실제 방화가 일어난 화재 현장에서의 초기대응 가능여부를 판가름한다. 부산대학병원 응급실 방화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한 의료진이 재빠르게 소화기를 들고 나타나 불길을 진화했고 불은 1분 만에 꺼졌다. 또한 나머지 직원들과 의료진은 환자들을 신속히 피난시키고 옥내소화전을 이용해 잔여 불을 진화하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화재현장을 마무리지었다. 이렇듯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화재’라는 사고 현장에서 평소에 실시하는 소방훈련과 교육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며, 소방훈련과 교육이 생명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12월 1일자로 개정된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예방법’)에서는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관계인 및 소방안전관리자가 근무자 및 거주자 등에 대한 소방훈련과 교육을 실시하게 돼 있다. 또한 특급, 1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 같은 경우 소방훈련과 교육 결과를 소방서에 제출해야 한다.

독일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는 인간의 삶을 ‘낙타-사자-어린이’ 총 세 단계로 비유했다. 낙타는 주인이 하라는 대로 따라가는 속박된 모습을 띄고, 동물의 왕인 사자는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진 자유로운 삶을 살지만 그 대가로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기에 그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어린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삶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낙타는 전통적인 가치에 토대를 둔 권위주의 시대를, 사자는 개인의 의지와 자유가 중시되는 개인주의 시대를, 어린아이는 개인과 공동체가 조화로운 시대를 대변한다.

철학자 니체가 말한 ‘낙타-사자-어린이’는 소방훈련에도 똑같이 적용가능하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서 소방훈련하는 장면을 보면, 어린아이들은 정말 적극적으로 소방훈련에 참여한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방법대로 피난자세를 취하며 소화기 사용법 등을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소방훈련과 교육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번에 개정된 화재예방법의 방향성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비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낙타 같은 소방훈련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사자와 같은 적극적인 자세로 소방훈련에 참여하여야 하며, 나아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소방훈련과 교육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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