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부산 폐교 탐험’ 참가자 모집 논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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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서 공무원 인증
건조물침입죄 해당 ‘불법’
관련 사건사고도 이어져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에서 폐교 탐험에 참여할 인원을 모은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인다. 허가받지 않은 폐교 탐험 자체가 불법이며 심지어 글의 작성자는 현직 교사로 추정돼 비판이 거세다.

지난 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부산에서 대낮에 폐교 탐험하실 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공무원으로 인증·소개한 이 글의 작성자는 “1월 중에 이벤트성으로 폐교 체험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글을 올린다”며 “폐교 탐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라고 적었다. 이어 “대낮에 한 번 가보고 다음 기회엔 야밤에도 한 번 가볼까 한다”며 “성비도 1:1로 맞춰서 진행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해당 글은 게시된 지 이틀이 지난 3일 오후까지 댓글이 20여 개 달렸다. 참여 의사를 보이는 글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 나왔다. “뭔가 께림칙하다” “그러다 귀신 들린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작성자는 부산 동구 좌천동 좌천초등학교, 사상구 모라동 모라폐교 등을 언급하며 폐교 탐험에 참여할 인원을 모으고 있다. 취재진이 직접 작성자와 접촉한 결과 그는 자신을 부산 이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사라고 밝혔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현직 교사가 폐교 탐험이라는 명백한 불법 행위를 일삼으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왜곡된 직업의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현행법상 폐건물에 소유자나 관리자의 허락 없이 진입하면 건조물침입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부산시교육청 재산관리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사용허가를 얻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인이 폐교를 탐험한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을 접한 부산의 한 교사는 “자칫 큰일이라도 벌어지면 쏟아지는 비난과 뒷감당은 아무 잘못도 없는 선생님들의 몫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폐교 체험’ ‘공포 체험’ 관련 사건사고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16년 대전에서는 공포체험을 하려던 30대 남성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시에서는 2019년 인터넷 개인 방송을 진행하던 한 유튜버가 폐업해 방치된 요양병원을 찾아 흉가 체험을 하다가 시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변호사는 “아무리 폐건물로 버려져 있다 해도 실제 소유자가 있고 별도 관리자가 있을 수 있다. 관리자의 동의가 없거나 의사에 반해 함부로 침입하면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한다”며 “특히 밤에 침입하면 야간 건조물 침입죄가 성립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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