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한국판 NASA’ 안착, 초대 청장이 관건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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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 출범하게 될 우주항공청
신생 조직 안정 등 초대 수장 역할 핵심
국내외 가리지 않고 인재 유치 나서야
정부·정치권, 경쟁력 위해 체계적 지원

우여곡절 끝에 지난 9일 우주항공청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무려 9개월 만이다. 그동안 쟁점이었던 연구개발(R&D) 기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새로 설립되는 우주항공청이 모두 수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항공우주연구원의 소속은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우주항공청으로 편입됐다. 앞으로 대전에 있는 두 연구원을 이전할 경우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도록 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절충안이다. 항공청은 현 정부의 국정 과제에 따라 경남 사천에 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법 통과로 숙원이던 항공청 설립은 본궤도에 올랐지만, 앞으로 우주항공 전문기관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초대 청장의 역할을 꼽고 있다.


지난 9일 우주항공청법의 국회 통과로 우리나라도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처럼 우주 개발과 탐사 활동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정부 부처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작년 5월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 3차 발사 장면. 연합뉴스 지난 9일 우주항공청법의 국회 통과로 우리나라도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처럼 우주 개발과 탐사 활동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정부 부처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작년 5월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누리호’ 3차 발사 장면. 연합뉴스

■ 파격적인 인력 확보 중요

단독 기관으로 출범하는 항공청의 조기 안착 여부는 초대 청장의 활약에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신생 기관인 만큼 항공청의 조직과 인력 관리를 통한 부처의 정체성 수립부터 예산 배정을 위한 정치권과의 소통, 국민의 지지 확보를 위한 홍보 전략 등이 모두 초대 청장의 몫이다. 이를 원활하게 수행하면서 항공청을 초기에 반석 위에 올려놔야 하므로 그만큼 인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앞선 외국의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특히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초석을 다진 제임스 웨브 국장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임스 웨브 국장은 국무부 차관 출신의 공무원이었지만, 우주 탐사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당시 예산 낭비라는 의회의 공세를 막아내며 230조 원에 달하는 아폴로 계획을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소통을 통한 우호적 여론 확보, 조직의 안정 등 초기 어려움을 뛰어난 리더십으로 이겨냈다. 신설 기관인 우주항공청을 이끌 초대 청장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초대 우주청장으로 30대의 여성 과학자를 임명한 파격적인 인선도 의미 있는 참고 사례가 될 만하다.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 겸 우주청장인 사라 알 아미리(37)는 2021년 2월 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의 화성 궤도 진입을 성공시켜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국적과 상관없이 해외의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이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끌어내면서 2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화성 탐사선의 발사 기간을 절반 이상 단축했다.


우주항공청의 초기 안착을 위해서는 국민 지지 확보, 정치권과의 소통, 조직 안정 등을 진두지휘할 초대 청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2년 말 달 상공으로 발사한 ‘다누리’ 위성이 촬영한 지구의 모습. 연합뉴스 우주항공청의 초기 안착을 위해서는 국민 지지 확보, 정치권과의 소통, 조직 안정 등을 진두지휘할 초대 청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2년 말 달 상공으로 발사한 ‘다누리’ 위성이 촬영한 지구의 모습. 연합뉴스

■ 열린 시각의 종합적 지원 필수

항공청을 실질적으로 움직일 연구원의 인선도 최대한 열린 시각으로 문호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 항공청이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과 탐사 활동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조직과 연구 인력 구성에 다른 정부 부처와는 다른 개방성과 유연성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연구원의 연봉부터 예산과 조직 운영의 자율성 등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다른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가 언뜻 제기될 수도 있겠으나 항공청의 조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파격적인 수준의 종합적인 지원은 불가피하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우주 탐사 경쟁에 우리나라도 항공청 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가세한 이상 아낌없는 정책 지원을 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국민 여론도 별다른 이견은 없어 보인다. 지난해 과기부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국민들이 우주항공청의 성과 달성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최고의 인재 유치’와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꼽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여론을 바탕으로 우수한 인재들이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경남 사천에서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정주와 교육 등 환경 개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주항공청의 역할 정립과 세부 과제 수립, 우수 연구원 유치·확보, 업무 분장 등과 같은 사안에서 전문가의 시각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나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항공청의 앞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여망을 안고 항공청이 설립되는 만큼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후방에서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만이 우리 국민에게 태극기를 단 우주 탐사선의 항해를 하루라도 빨리 보여줄 수 있는 길이 되리라 생각된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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