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거나 발목 잡거나…부산 여 현역-구청장 시너지 ‘극과 극’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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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승, 상임위 활동에 구청장 적극 행정 ‘조화’
이주환, 구청장·공무원·시·구의원 힘 합쳐 성과
전봉민, 당정협의 등 긴밀 협조로 남다른 관계

반면 의전 두고 불편한 심기 가진 의원-구청장
양측 다 가시적 성과 없어 상호 리스크 키우기도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다. 너무 가까우면 정치 중립 위반 시비를, 멀어질 경우 서로의 정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4·10 총선이 7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산에서는 합을 맞추며 지역 사업과 예산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인 시너지를 보이는 지역이 있는 반면 정반대로 2년 전 지방선거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곳도 있다.

23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초선의 무덤이라 불리는 부산 부산진을 선거구에서 지역 밀착 행보를 통해 징크스를 깬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김영욱 부산진구청장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곳곳을 누비며 주민을 만난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 하반기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김 청장과 합을 맞춰 생활체육시설이 부족한 주민을 위해 개금예비군훈련장 체육시설 개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해 9월 체결했으며 소음 문제 해소를 위해 실내 사격장 조성도 추진 중이다. 국회의원의 상임위 활동과 기초단체장의 적극 행정이 빛을 본 사례다.

같은당 이주환(연제) 의원은 당선 직후부터 초등학교 통학로 안전에 총력을 쏟아오고 있는데,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들이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 점검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연제구청, 연제경찰서, 해당 학교·학부모와 간담회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후 문제점을 개선해 왔다. 주석수 연제구청장이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당선된 이후에는 구청 공무원들과 시·구의원 모두 참여해 이 의원 임기 약 4년간 총 9개 학교 대상으로 189건 개선 의견 중 132건을 추진하는 성과를 이뤘다. 특히 연제의 경우 최근 몇 차례의 총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끼리 분열하면서 내홍이 계속돼 왔으나 이 의원이 당선된 이후 봉합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부산시당위원장으로 지역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일꾼으로 자리잡은 전봉민(수영) 의원은 강성태 수영구청장과 긴밀한 협조를 계속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당정협의를 통해 같은해 문화체육부의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계획 승인 대상지로 선정됐다. 작년 9월 망미국민체육센터가 ‘2024년 생활체육시설 확충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 60억 원의 예산(국민체육진흥기금 30억, 시비 30억)을 확보 것도 두 사람의 합작이다. 특히 지난 6일에는 강 청장이 직접 전 의원 의정보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남다른 관계를 증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역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이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하는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간 불화설이 피어오르며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도 한다. A 지역의 경우 수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국회의원과 구청장이 서로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지역 사정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A 지역 국회의원은 지역구 행사 진행 과정에서 구청장이 발언권을 먼저 갖는 등 의전과 관련해 불만을 수차례 토로했다. 이에 구청장도 처음에는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이같은 경우가 반복되면서 주변에 불평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지역의 경우 구청장 업무를 맡은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B 지역 구청장은 지방선거 당시에도 구체적인 비전과 공약이 없어 구청장 준비를 제대로 한 게 맞냐는 말이 당내에서는 물론 캠프 내에서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 지역 국회의원 또한 4년간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B 지역 국회의원이 모든 임기 기간 공들여온 핵심 공약의 지연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논란이 거센 상황이다. 두 사람의 이같은 ‘부정적 조화’로 인해 B 지역이 상대 당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B 지역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 곳은 지형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주민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한 상황인 만큼 이번 총선에서는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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