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코로나는 현재 진행형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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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서 흔히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얘기한다. 독일의 유명한 시인이자 철학자인 니체 역시 같은 말을 남겼다. 일상생활에서도 건망증이 심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어 틀린 비유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기억을 자주 잃어버려 크고 작은 실수가 잦은 이는 아마 자신이 매우 불행하다고 느낄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난 일을 잘 까먹는 것이 축복일지 모른다. 살면서 크게 슬펐거나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생생하게 생각나고 쉽게 잊히질 않는다면 삶이 얼마나 힘들까. 끔찍하고 아픈 사건사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는 더욱 그럴 테다. 상처가 깊은 과거는 빨리 잊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온 국민이 망각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게 있다. 그건 코로나19 사태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어느덧 4년이 흘렀으나 확진자 수는 줄어들지를 않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며 매주 5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수치가 전국 527개 의료기관의 표본 집계인 점을 고려하면 전국적으로 하루 수천 명이 양성으로 확진되고 있는 걸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가 정확한 코로나 확진자 현황에 대한 공식 발표를 중단하고 언론의 관련 보도가 거의 자취를 감추면서 국민들 사이에 코로나 공포가 잊히고 경각심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31일 정부가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가장 낮은 단계인 4급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종료된 데 따른 영향이다. 반면 이달 들어 전국 입원 환자 중 코로나 환자가 독감 환자보다 많다고 한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가 지난 19일 귀국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오는 26일까지 외부 일정을 취소했을 정도다. 손씻기 같은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조심할 필요성이 여전한 실정이다.

또 하나 잊어선 안 될 게 있다. 4년간 국민의 70%가량인 3450만 명이 감염되고 3만 5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코로나 대유행 시절 그토록 갈망한 ‘평범한 일상’의 귀중함 말이다. 모두가 사상 처음 겪은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격리 생활 속에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자유롭게 모임을 할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했다. 힘들게 되찾은, 공기나 햇빛처럼 소중한 예전의 일상이다.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과 화합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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