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교수들 실력 행사 대신 의·정 갈등 중재 역할을
“제자 지키겠다” 사직 가능성 천명
의사로서 본분 다하는 모습 보여야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의료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마저 실력 행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전국 19곳 의대가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정부가 사태 해결에 당장 나서지 않으면 사직할 수 있으며 15일까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를 향한 겁박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이 확고해 갈등이 쉽사리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수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마당에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게 된다.
의대 교수들의 일차적 요구는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휴학에 나선 의대생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이 진료유지명령을 어겨 행정처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휴학에 나선 의대생들은 유급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교수들의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지난 12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단 한 명의 전공의·의대생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면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서 제자를 지키겠다”고 천명한 것은 그런 절박한 심정에 따른 것이었을 테다. 하지만 그 때문에 환자들이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실효가 있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지속되자 정부는 군의관과 공보의를 투입하는 등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했지만, 의료 현장은 아우성이다.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은 탈진한 상태고, 환자들은 환자들대로 제때 치료받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실제로 70대 암환자가 의사 없는 대형 병원에서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이튿날 숨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형편에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한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극한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의대 교수들은 교수이기에 앞서 의사다. 제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환자를 우선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환자를 외면하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설득해 복귀시켜도 모자랄 판에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고 나서는 건 스스로의 본분을 저버리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은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사직 운운하며 정부와 환자를 겁박할 게 아니라, 현 사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의사 사이 중재자 역할을 다하는 게 의료계 선배로서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의대 교수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