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이전 앞둔 산은, '에어부산' 지역여론 외면 말라
LCC 협력 부서 폐지 '소통 차단' 의혹
'지역 거점 항공사' 시민 바람 수용을
에어부산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대외 소통 창구인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을 전격 해체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 부서는 대외 홍보·협력을 맡아 지역과의 가교 역할을 수행했는데 ‘에어부산 분리매각’ 요구가 거세지는 시기에 돌연 폐지된 배경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대한항공과 합병이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부산 상공계는 에어부산만 떼어 내 인수한 뒤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로 키우려 한다. 하지만 채권단 KDB산업은행(산은)의 미온적 태도 탓에 협상은 착수도 못 한 상태다. 소통 부서가 돌연 폐지된 배경에 지역의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산은의 의중이 깔려 있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까닭이다.
에어부산 전략커뮤니케이션실은 지역 상생 경영의 통로였다. 부산시와 지역사회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지역 LCC(저비용항공사)를 살린다는 취지로 탑승 운동까지 벌였다. 2008년 에어부산 출범 때 지역 기업 14곳이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출자했다. 지역민은 향토 기업으로 받아들였고, 손발 벗고 나서서 키웠다. 하지만 지역 지분이 줄고 아시아나 자회사로 전환되자 에어부산 주요 임원에 아시아나 출신이 들어오면서 지역 이해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협업의 끈은 이어졌고, 그 덕분에 남은 지역 지분 16.1%를 보태고 추가 지분을 인수한 뒤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로 키우려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부산일보〉가 4·10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야가 공통 공약으로 채택해야 할 현안 1위에 산은을 비롯한 공공기관 부산 이전이 차지했다. 부산시민이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부산 이전이 예정된 산은 본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한데, 산은이 지역을 대하는 태도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당초 정부 차원에서 두 국적기의 합병 이후 양사 산하 LCC(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를 통합해 지역에 본사를 둔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산은은 통합LCC 본사를 수도권에 두겠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공중분해되고, 가덕신공항은 거점 항공사도 없이 개항할 판이니 지역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은은 EU의 합병 승인 이후 매각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가 지금은 미국 심사 이후로 미룬 상태다. 문제는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그 사이 에어부산은 신규 인력과 노선, 비행기 도입은 꿈도 못 꾸고 인력 이탈과 투자 중단에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 이러다 지역에서 장성한 항공사가 가뭇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허탈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가덕신공항의 성공과 지역 항공사 육성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에어부산은 부산으로 와야 한다. 이번 조직 개편이 ‘분리매각 논의 차단용’이라는 일각의 의혹이 사실무근이기를 믿고 싶다. ‘부산본사 산은’은 지역민의 간절한 바람을 모르거나 외면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