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미래를 묻다… 백남준·윤석남·김길후 3인전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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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咸): Sentient Beings' 전시회
13일부터 내달 20일까지 학고재
주역 서른한 번째 괘 '함(咸)' 통해
예술의 근본 의미인 '화합' 고찰

서양화가 김길후가 서울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함(咸): Sentient Beings'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길후와 친구들’ 제공 서양화가 김길후가 서울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함(咸): Sentient Beings'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길후와 친구들’ 제공

부산 출신의 서양화가 김길후 화백이 고 백남준, 윤석남 작가와 함께 한국 현대미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서울 학고재는 지난 13일부터 내달 20일까지 백남준(1932~2006), 윤석남(1939~), 김길후(1961~) 3인전 '함(咸): Sentient Being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주역(周易)'의 서른한 번째 괘인 '함(咸)'의 의미를 통해 우리의 사유가 현대미술과 만나 창조할 수 있는 상승효과에 대해 탐구하고자 마련됐다. 동진(東晉)의 사상가 한강백은 주역의 서른 번째 괘까지는 하늘의 도리, 즉 천도(天道)에 관한 것이며, 서른한 번째 괘부터는 사람의 일, 즉 인사(人事)에 관련한 괘라고 말했다. '함'은 예술의 괘이며, 결혼의 괘이다. 인사 중 가장 앞선 것이 예술과 결혼이라는 의미가 된다.

학고재 측은 "인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예술과 결혼이라고 볼 때, 예술의 근본 의미는 당연히 화합으로 귀결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함'은 '함께'라는 우리말에 들어가는 어근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의 근본 의미인 화합을 모티브로, 각 작가의 작품 세계를 저마다의 '함께'라는 주제로 구분해 회화·조각·설치 36점을 선별했다.


백남준의 'W3'. 학고재 제공 백남준의 'W3'. 학고재 제공

백남준의 주요 작품으로는 'W3'(1994), '구-일렉트로닉 포인트'(1990), '인터넷 드웰러'(1994) 등이 전시된다. 64개의 TV 모니터로 이뤄진 'W3'는 주역의 64괘를 뜻하기도 하거니와 우주 전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구-일렉트로닉 포인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제창한 세계 화합의 가치를 기리는 작품이다. '인터넷 드웰러'는 1994년 인터넷으로 지식정보가 보편화되어 인류가 평등의 세계를 건설할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을 반영한다. 따라서 백남준의 작품은 우리가 '세계(우주)와 함께한다'는 뜻을 가진다.


윤석남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학고재 제공 윤석남의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학고재 제공

동아시아 여성주의 예술의 대모 윤석남은 동물권에 대해 사유한 연작 '1025: 사람과 사람 없이'(2008)를 공개했다. 유기견 1025마리의 형상을 나무로 깎아 만들고 그 위에 먹으로 유기견을 그려 완성한 작품이다. 이 연작은 우리가 '약자와 함께한다'는 뜻을 함축한다.

김길후는 '무제'(2014)와 '사유의 손'(2010) 등을 선보인다. 현자(賢者)와 바른 깨우침(正覺)을 화두로 끊임없이 새로운 회화를 추구하는 김길후는 그림의 진실한 추구에서 '여래(如來)'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길후의 회화 세계에는 염화미소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있다. 따라서 김길후의 회화 세계는 '현자(부처)와 함께한다'는 주제를 내포한다.


김길후의 '무제'. 학고재 제공 김길후의 '무제'. 학고재 제공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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