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기억유산 흔적조차 사라질 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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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최대 도자기 생산 회사
부산 영도구 대한도기 터 담벼락
균열 등 안전문제 때문 철거 위기
문화적 자산 활용 방법 고민 필요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자리한 옛 대한도기 터에 남아있는 담벼락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김준현 기자 joon@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 자리한 옛 대한도기 터에 남아있는 담벼락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김준현 기자 joon@

과거 한국 최대 도자기 회사였던 대한도기의 남은 건축물 일부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등록 문화재가 아닌 탓에 훼손을 거듭하면서 결국 자취를 감추는 것인데, 전문가는 문화적 자산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영도구청, (주)미광운수에 따르면, 봉래동 112-4 일원 옛 대한도기 터의 담벼락 철거가 논의 중이다. 현재 대한도기 건축물은 30m가량 남은 담벼락이 전부인데 철거가 이뤄지면 대부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도기는 1917년부터 1972년 영도구 봉래동에서 도기를 생산한 회사다. 가장 번창할 때는 전국 도기의 80%를 생산하는 근대 도기 산업의 중심 역할을 했다. 중국, 일본, 홍콩 등에 수출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플라스틱 그릇이 대중화하면서 수요가 떨어지자 1972년 회사 문을 닫았다.

이번 철거 논의는 안전 문제가 발단이 됐다. 관리를 받지 못한 담벼락이 비정상적으로 기울었고 균열마저 생겨 언제든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대한도기 담벼락 붕괴 우려에 대한 민원이 영도구청에 접수되기도 했는데, 영도구청은 토지 소유주인 (주)미광운수에 보수 공사 등 담벼락 안전 조치를 요구했다. (주)미광운수는 건축 전문가를 불러 담벼락을 점검했고,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미광운수 요청으로 현장을 점검한 건축 전문가 A 씨는 “벽돌 부재는 한 번 균열이 가기 시작하면 벽체 전체에 균열이 진행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벌써 벽체 전반이 기울었고, 균열도 상당수 진행돼 위험한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역 문화적 자산이 사라질 상황은 예견됐던 일이다. 보존 대책 없이 수차례 담벼락 원형이 훼손되면서 철거 위기까지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영도구청은 2022년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대한도기 담벼락 일부를 허물었다. 당시 지적이 나오자, 영도구청은 뒤늦게 이곳이 대한도기 담벼락이라는 것을 알리는 동판을 설치하고, 일부를 인근 복합문화공간에 옮겨 보존하고 나섰다.

그러나 가장 핵심으로 꼽힌 문화재 등록 추진은 불발됐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과거 부산시에서 등록 문화재 지정을 시도했으나, 소유주 신청이 없었고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무산됐다”고 말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봉래동 창고가 지금 카페나 음식점 등 다른 용도로 재탄생한 것처럼 담벼락도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역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담벼락을 다시 사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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