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한 회동, 정부·여당다운 모습 보여줄 논의 이뤄져야
독대 기싸움이나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의정 갈등 해소 등 정국 쇄신책 내놓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용산에서 만찬 회동을 한다. 여당 지도부가 함께하는 자리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 회동은 7월 24일 이후 2개월 만이다. 현재 대통령과 여당 모두 지지율 하락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만찬 회동이 한차례 연기되기도 했다. ‘추석 민심을 듣고 만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의료개혁을 둘러싼 윤·한 갈등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에도 만찬을 앞두고 윤·한 독대 성사 여부를 둘러싸고 시끄럽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느냐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의료개혁과 관련한 당정 논의다. 한 대표는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위해 내년도 의대 증원 문제 등 모든 안건을 열어 놓고 협의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이미 2025학년도 수시모집 등 대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 공백이 한계에 이른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한 해법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강행 처리한 김건희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인데 이에 따른 정국 해법도 관심사다.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기싸움이나 할 만큼 정국 상황은 그리 한가하지 않다. 추석 연휴 기간 고비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인한 피로와 국민 불안은 누적되고 있다. 윤 대통령 국정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고 있는 데에는 의료 사태에 대한 당정의 무력한 대응이 큰 몫을 차지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확산도 민심 이반을 부채질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 내에서조차 갈등만 벌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더 크게 실망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독대를 하든 뭘 하든 이번 회동을 통해 정국 해결에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만찬을 통해 반드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야당은 벌써 ‘배만 불리고 성과 없는 빈손 만찬이 돼선 안 된다’는 경고를 날렸다. 국민 기대 충족을 위해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이 민심 이반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유연한 자세로 대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밤샘 논의를 통해서라도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을 위한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 쇄신 대책도 필요하다. 밥 먹고 사진만 찍고 끝내면 국민 신뢰 회복도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