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다른 안목으로 선수 발굴하는 '초보 전문 감독'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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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남성여고 배구부 감독

올해 프로 드래프트서 3명 입단
단일 학교 중 최다 선발 '화제'
최근 대통령배 전국대회 준우승
"배구 배우는 아이들 많아졌으면"

2012년부터 부산 남성여고 배구부 감독을 맡아온 윤정혜 감독은 남다른 안목으로 지역 선수를 발굴해 왔다. 정종회 기자 jjh@ 2012년부터 부산 남성여고 배구부 감독을 맡아온 윤정혜 감독은 남다른 안목으로 지역 선수를 발굴해 왔다. 정종회 기자 jjh@

“순수하게 배구가 좋아서 시작한 아이들이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잘 하면 프로가 될 수 있겠구나’하는 꿈, 그리고 효능감까지 가질 수 있는 게 가장 기쁘고 보람찬 일이죠.”

부산 중구 대청동 남성여고 배구부 윤정혜(58) 감독의 말이다. 그는 “올해 여러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됐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큰 힘을 얻게 될 것 같아서 위안이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감독이 이끄는 남성여고 배구부는 올해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신인 드래프트를 신청한 4명 중 3명이 프로에 선발된 것이다. 이채민과 이송민은 흥국생명, 오선예는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게됐다.

남성여고는 단일 학교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을 프로로 출전시키며 드래프트 현장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올해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배구 강호’ 진주 선명여고의 경우 4명이 신청해 1명이 선발됐다. 배구 명문으로 불리는 서울 세화여고와 중앙여고에서도 각각 2명이 신청해 2명이 선발된 것과 견주면 대단한 성적이다.

윤 감독은 중·고교 때 뒤늦게 배구를 시작한 제자들이 남다른 성장세를 보였다며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윤 감독은 “그동안 키 큰 선수들을 프로에 입단시킨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157cm의 리베로(오선예)가 프로에 입성하게 돼 더욱 뿌듯하고 감회가 새롭다”며 웃어보였다.

2012년부터 남성여고 배구 감독을 맡아온 윤 감독은 부산에서 남다른 안목으로 선수를 발굴해왔다. ‘초보 전문 감독’ ‘프로 청부사’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배구계에서 박정아, 양효진, 문명화, 안예림 선수를 비롯해 2020년 이선우, 양시연 선수를 프로로 입단시킨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10여 년 전 윤 감독이 고등학생이던 문명화 선수에게 밤낮을 마다않고 매달렸던 ‘집요함’의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당시 180cm가 훌쩍 넘는 문 선수를 본 윤 감독은 ‘같이 배구 하자’며 수개월간 찾아갔다. 숱한 거절 끝에 설득에 성공했고, 문 선수를 2년 9개월만에 프로로 데뷔시켰다.

그는 선수 육성 비결로 인복과 학교를 꼽았다. 그는 “희한하게도 맡던 아이들이 제 손을 떠나면 새로운 아이들이 그들의 자리를 채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교정에 계단과 오르막길 코스가 조성돼 체력운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고, 지루해질 때면 인근 송도해수욕장에 나가서 비치 발리볼로 훈련을 할 수도 있어서 배구를 하기엔 딱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앞으로 남성여고 배구부의 활약을 더욱 기대해도 좋다는 자신감도 내보였다. 남성여고 배구부는 지난 7월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은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4월에는 하늘내린 인제배 전국중고배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 감독은 화려한 프로의 세계에 비해 학교 체육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 감독은 “2020년 이후 ‘김연경 신드롬’이 생겨나며 배구에 대한 인기는 높아졌지만, 학교 안팎의 육성 환경이나 지원 부족 등으로 소위 ‘엘리트 체육’을 하는 학생 수는 전국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배구에 대한 흥미가 ‘우리 아이가 배구를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한 발 더 나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그는 “배구를 배우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배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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