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발생한 어선 침몰 참사… 허울뿐인 예방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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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수색에 최선, 철저한 원인 규명도
참담한 사고 없애려면 안전 의식 강화뿐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10일 인천 송도 해양경찰청 중앙구조본부에서 지난 8일 금성호 침몰 어선 관련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이 10일 인천 송도 해양경찰청 중앙구조본부에서 지난 8일 금성호 침몰 어선 관련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갑지 않은 해상 재난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부산선적 129t급 대형 선망 어선 135금성호가 침몰했다. 승선원 27명 중 4명이 숨지고 10명은 실종 상태다. 함선 50척과 항공기 9대에 잠수함까지 동원된 수색에도 불구하고 실종 선원은 찾지 못한 상태다.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간 이들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은 왜 잊을 만하면 재발하는가. 과거의 전철을 피하려 수많은 예방대책을 마련했건만 참사가 되풀이되는 현실에 참담함을 감출 수가 없다. 당국과 선사는 실종자 수색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다음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금성호 침몰은 지난 5년 내 국내 선박 사고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해난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구조의 골든타임인 만큼 신속 대응이 필수적이다. 해군의 수중 탐색 장비인 원격조종수중로봇(ROV)이 투입되어 있고, 잠수사들도 긴급 출동했다. 하지만 현지 기상 악화로 수색이 지연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준다. 선원들이 그물에 쓸려 선체 주변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접근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금성호에서 구조된 40대 항해사도 사고 해역을 잘 안다며 현장에 돌아가 수색에 동참했다. 지금 필요한 건 십시일반의 자세다. 모든 가용 자원을 실종자 수색에 투입해야 한다.

금성호 침몰의 원인이 ‘만선의 비극’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에서는 착잡하다. 구조된 선원들은 “3~5회에 잡을 양 한 번에 잡았다”고 진술했다. 금성호는 고등어 등 어획물을 1차 운반선에 옮긴 뒤 다음을 기다리다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우현 쪽 그물에 어획물이 들어 있었던 상황이라 복원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3월 4명이 희생된 제102해진호 침몰 때도 좌현 선미 쪽에 어획물이 든 그물을 내려놓은 상태로 이동하다가 중심을 잃은 바 있다. 물론 사고 당시 바람과 파도가 거셌기 때문에 침몰 원인을 단정짓는 것은 무리다. 당국은 선체를 인양해 구조적 결함 여부까지 가린 다음 원인을 밝혀야 한다.

모든 사고에 우연은 없다. 사소한 부주의가 쌓여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금성호 선원 대부분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어선 작업 중 구명조끼 착용은 의무가 아니지만, 구명조끼가 생존력과 구조 가능성을 월등히 높여 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만약 금성호의 침몰 원인이 지나친 어획량이 초래한 복원력 상실이라면 안전 의식의 부재가 부른 인재일 수밖에 없다. 과승·과적 금지는 대표적인 사고 예방대책이 아닌가. 지금까지의 예방대책이 공염불이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심정은 무참하지만, 다시 되새겨야 한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그래야 제2의 금성호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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