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거점병원서 위·폐·간·대장암 진료 안 된다니
혈액종양내과 진료 교수 2명 불과
지역 의료 시스템 붕괴 위기 직면
부산대병원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최대 거점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등 고형암 진료가 중단됐다는 소식이다. 이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병원 내 혈액종양내과 의료진 5명 중 3명이 퇴사하거나 병가로 휴직 중인 상황이다. 현재 남은 2명의 교수만이 혈액암 치료에 집중하고 있으며 고형암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고형암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거점병원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은 지역 의료 시스템의 붕괴 위기를 의미한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부산대병원은 거점병원으로서 암 치료가 필요한 지역 환자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혈액종양내과는 다양한 암을 진단하고 항암제로 치료·관리하는 핵심 분야로 대부분의 위중한 환자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따라서 진료 중단은 곧 환자의 생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나아가 병원의 인력 부족 사태는 혈액종양내과에 국한되지 않아 더 큰 문제다. 다른 과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쌓이고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부산대병원이 지역 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진료 차질은 비단 부산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증 환자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부산대병원 측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간 지속된 의정 갈등과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되면서 의료진들의 이탈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1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의정 갈등이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의정 갈등이 지속된다면, 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조속한 협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부산대병원의 암 진료 중단은 의정 갈등으로 인해 지역 의료가 고사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와 보건 당국은 부산대병원 진료 차질을 의료 현장의 심각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의료인력 부족 문제의 해결은 단순히 병원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정부와 보건 당국의 역할이 절실하다.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이에 따른 인력 이탈이 발생하는 상황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현재 12·3 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정국이지만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 정부와 병원, 의료계는 이제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