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발 해양도시 지수 개발에 부쳐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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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식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부산 경쟁력 외국 업체 평가에 의존
도시 장단점 파악 한계, 통찰력 미흡
부산연구원 주도 지수 개발 고무적
정부·지자체·기관 등 비전 공유 절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 부산의 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글의 첫 문장에서조차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즉 2등 도시 부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국제 경쟁력은 어떤가. 최근 들어 부산시는 글로벌 컨설팅 전문기관 지옌(Z/Yen)이 발표하는 순위를 곧잘 인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 국제금융도시 순위이다. 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단지를 도시 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는 부산은 지난해 하반기 세계 국제금융도시 순위에서 25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순위다.

또 다른 순위는 세계 스마트도시이다. 이 역시 지옌이 발표한 평가에서 부산은 세계 13위, 아시아 2위를 달성했다. 서울은 30위로 나타났다. 전 세계 유수의 도시 중 부산이 앞선 두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른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영국 글로벌 금융 컨설팅업체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도시 지수에서 서울 41위, 부산은 252위에 그쳤다.

그렇다면 ‘신해양수도’를 그리고 있는 부산의 글로벌 해양도시 순위는 어떻게 될까? 부산시는 민선 8기 들어 신항 일대를 공항과 항만, 철도가 융합된 ‘트라이포트’ 핵심 거점으로, 기존 북항은 해양 관련 행정과 금융, 문화, 관광, 레저 등이 어우러진 ‘신해양수도’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양과 관련된 부산의 순위는 우선 부산항의 세계 환적 항만 순위 2위, 경쟁력 세계 4위를 꼽을 수 있다. 세계 최대 선급협회인 노르웨이 선급협회(DNV)와 글로벌 컨설팅업체 ‘메논 이코노믹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해양산업도시 순위 TOP 10’에서는 부산이 10위에 올랐다. 이 순위에 따르면 부산은 글로벌 사회가 인정하는 해양도시임이 분명하다.

이들 순위는 발표 기관에 따라, 평가 항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도시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다만 외국의 전문 업체들이 개발한 지수인 데다 대부분 세부 평가 항목이나 가중치는 공개되지 않는다. 특정 지역에 편중된 시각으로 개발된 것들이어서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한 통찰력을 얻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해양 분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부산을 비롯한 국내외 선진 해양도시의 특장점이 반영된 공인된 도시 지수는 없는 실정이다. 항만시설이나 기존의 물동량 중심 평가 방식으로는 복잡다단한 해양도시들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도시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정책 자료로 활용하는 데에도 부족하다. 부산발 해양도시 지수 개발이 필요한 이유이다. 다른 나라 지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부산의 잠재력과 발전 상황, 지향점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 말이다.

부산의 매력과 브랜드,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해양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지표의 필요성은 2022년 제16회 세계해양포럼에서 제기됐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부산일보사가 주최하는 이 포럼은 신해양수도 부산의 글로벌 위치, 변화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지수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글로벌 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처럼 지수화된 각종 보고서와 국제 이슈들을 제공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 역할을 부산이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일환으로 부산연구원 장하용 미래전략실장 주도로 ‘글로벌해양도시지수(GOCI) 개발에 관한 연구’에 이어 지난해부터 ‘글로벌해양허브지수(GOHI)’를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 해양도시들의 현황과 조건을 분석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평가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다. 장 실장의 의욕과 열정이 녹아 있는 지수 개발 연구지만 사실 개인이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방대한 자료 수집에서부터 분석, 지수화 단계, 객관성·신뢰성·타당성 확보, 국제적 공신력 인정, 지수 발행과 빈도 등을 한 개인이, 일부 참여자가 감당하기엔 벅차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돌파구는 간단하다.

부산발 해양도시 지수 개발이 1회성 연구와 개발에 그치지 않기 위해 해수부와 부산시 등 정부기관, 기업, 주요 연구기관 등이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예산·인력 등의 투입과 신뢰성 높은 지수 공동 개발·운영·관리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성, 혁신성 등을 핵심 요소로 하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근거 자료로 활용돼야 한다. 부산발 해양도시 지수 개발은 ‘신해양수도’이자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길이 되지 않을까.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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