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반발에 구성원 우려까지 겹쳐 급선회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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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의 날, 사천 개최

"이제 지역에 뿌리내릴 참인데"
경남도·사천시 첫 기념식 고집
"과천에서 하면 정치인만 참여"
우주항공청 내부 우려도 '한몫'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부산일보 DB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부산일보 DB

경기도 과천시 개최가 검토되면서 지역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이 결국 사천시 개최로 결정됐다. 그 배경에는 지역사회 반발도 컸지만, 무엇보다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하는 날에 정작 우주항공청 구성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11일 우주항공청 등에 따르면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개최지로 사천시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사회의 반발이다. 우주항공청은 당초 기념식을 사천시가 아닌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시·체험 인프라가 조성돼 있는 만큼 국민 저변 확대에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도와 사천시가 거세게 반발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유감을 표명했고, 경남도의회는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경남 개최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가결했다. 박동식 사천시장은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을 만나 개최지 변경을 강력하게 요구했으며, 지역 정치권·시민단체도 기자회견과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연일 비판 수위를 높였다.

무엇보다 첫 기념식이 타 지역에서 열릴 경우 사천시에 겨우 자리 잡은 우주항공청의 기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해 대전시 국회의원 주도로 우주항공청 연구개발본부 신설을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된 이후 사천시에서는 향후 우주항공청 핵심 기능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우주항공청 내부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은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다. 그런데 기념식이 우주항공청이 있는 사천시가 아닌 경기도에서 열리면 정치권 주요 인사의 참석이야 용이할 수 있지만, 정작 주인공인 우주항공청 구성원은 참석도, 체감하기도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에 우주항공청 내부에서도 기념식이 사천시에서 열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우주항공청은 결국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임시청사 1층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1년 전 개청식이 열렸던 자리에서 기념식을 개최함으로써 당시의 취지와 미래 비전을 되새긴다는 의미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한때 과천과학관 개최를 검토한 적은 있지만 확정은 아니었다. 개청 1주년에 있어서 우주항공청 구성원도 중요한 부분이다. 구성원들은 지난 1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개척 활동을 해왔다. 경기도에서 진행하면 구성원들은 거의 참여할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사천시는 이번 기념식 개최로 우주항공도시 사천의 이름과 위상을 국내외에 알릴 수 있게됐다. 사천시 관계자는 “첫 번째 기념식이 사천에서 열리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 국내외에 사천이 우주항공도시임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고, 향후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주말 서부경남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사천 우주항공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차례 더 힘이 실렸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사천시를 찾아 “경남 우주항공국가산업단지를 글로벌 우주항공 중심지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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