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 하청 구조 방식에 의존 부울경 제조업계 불안 가중
24일 국회 의결서 찬성 183명
노동계 환영·경제 6단체는 비판
조선기자재·차부품업 직접 영향
기존 업계 생태계 변화 불가피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조합원, 진보당 당원들이 기뻐하고 있다(위). 지난 21일 기아,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CEO들이 고용노동부 차관으로부터 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는 모습.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전통적인 하청 구조 방식으로 운영 중인 조선기자재, 자동차부품업 등 지역 제조업계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내놨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란봉투법이 사용자 권리를 제약하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24일 오전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고용노동부는 향후 6개월의 법 시행 준비 기간 동안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부산 지역의 주력산업인 조선기자재업과 자동차부품업은 원청과 하청 관계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기에 이번 노란봉투법의 직접적인 영향에 들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기존 제조업 생태계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자동차부품업계 A 대표는 “노조의 쟁의 행위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직장 폐쇄, 손해 배상 등인데 하청 기업을 폐쇄할 수도 없고 손해 배상도 제한하고 있어 교섭력이 많이 약화될 것 같다”며 “체력이 좋은 대기업이야 장기간 파업에도 버틸 수 있지만 지역 중소기업은 몇 주만 파업해도 당장 큰 충격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지역 기업 대표들은 지역 기업을 쓸 큰 이유가 하나 사라졌다고 본다. 조선기자재 하청업체 B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전혀 없는 상황인데 지금껏 거래를 유지했던 것은 기업 운영의 안정성과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네트워크였다”며 “당장은 하청 기업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바로 입장문을 배포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안 통과로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됐지만 법상 사용자가 누구인지, 노동쟁의 대상이 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이 어디까지 해당하는지도 불분명해 이를 두고 향후 노사 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경제 6단체는 노란봉투법 후폭풍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동계는 “역사적 결실”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과거부터 이어진 투쟁의 성과라며 법 통과를 환영했다. 한국노총 부산본부 윤종대 조직본부장은 “과거부터 노란봉투법 통과를 위해 투쟁해 왔는데 권리가 확대될 계기가 됐다”며 “특히 원청까지 교섭 대상이 확대된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노동계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재남 본부장은 “그동안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불평등이 해소될 길이 열렸으나, 수백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조항이 추가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