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 맞잡은 다음 날 '야당 해산' 선전포고한 여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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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복원 국민 뜻 저버린 '악수쇼' 비난
폭주 멈추고 국익 최우선 협치 나서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정당 해산’을 거론하며 국힘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하루 전인 8일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만났다. 이날 여야 대표는 대표직 선출 이후 처음으로 악수하며 환한 웃음 속에 소통의 물꼬를 트는 듯 보였다. 더욱이 이들은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도 합의했다. 이 대통령도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 목소리도 많이 듣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국민들은 드디어 여야가 정치 복원을 위한 첫 걸음을 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 대표는 하루만에 돌변했다. 전날 악수는 쇼에 불과했던가. 이제 정 대표는 협치를 염원하는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힘을 향해 “내란과 절연하라.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했다’고 진정 어린 사과를 하라”며 “이번에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촉구했다. 정 대표는 특히 연설에서 ‘내란’이라는 단어를 26회나 언급했다. 전날 장 대표와의 회동 등을 감안할 때 이날 연설에 구체적인 유화 제스처가 포함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강경 일변도였다는 평가다. 특히 협치를 위해 야당에 직접적으로 먼저 손을 내미는 구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연설로 여야 관계는 다시 경색됐다. 여당 대표가 정치 복원에 가장 필요한 상호 존중 원칙을 스스로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정 대표의 연설에 대해 “거대 여당 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장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을 보는 것 같았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문제는 오늘이다. 장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국회 연설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시에 기습공격을 당한 제1야당 입장에서는 응당 맞대응을 하고 싶겠지만 난타전은 협치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릴 뿐이다. 국민 불안감을 고려한 장 대표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국정 운영은 여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끌어가는 것이다. 야당도 엄연히 국민 대표성을 갖는다. 이를 무시한 여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은 국민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현재 국내외적으로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했다. 더욱이 우리 노동자들이 비자 문제로 미국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연행돼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하다. 미국의 일방적 상호관세 부과로 기업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청년실업과 물가, 부동산 문제 등으로 민생도 아우성이다. 여야가 합의한 민생경제협의체의 조속한 구성과 정치 복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는 검찰, 사법, 언론 3대 개혁에 박차를 가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여당의 폭주는 정부에도 부담을 주고 최종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여야가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극한 대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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