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용 불편” vs “위생·안전 우선”… 시내버스 물품 반입 규정 의견 엇갈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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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부산 시내버스 운송약관 개정
대형 캐리어, 골프 가방 등 휴대품 제한
일회용 용기 담긴 음식물도 반입 금지
규제 ‘개선·유지’ 목소리 맞서고 있어
규정 적극 홍보·버스 운영 개선 의견도

부산 시내버스 운송약관 개정으로 도입된 일부 휴대품과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시민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은 지난해부터 김해공항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시내버스 반입 금지 물품 안내문. 부산시 제공 부산 시내버스 운송약관 개정으로 도입된 일부 휴대품과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시민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은 지난해부터 김해공항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시내버스 반입 금지 물품 안내문. 부산시 제공

최근 운전면허증을 지자체에 반납한 뒤 시내버스로 음악 강습에 참여하는 박 모(70·해운대구) 씨는 지난달 해운대구에서 버스를 타려다 승차를 거부 당했다. 박 씨가 들고 탄 통기타가 부산 시내버스 탑승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박 씨는 “도시철도를 이용하기엔 거리가 먼데 매번 택시를 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당혹감을 내비쳤다.

현행 부산 시내버스 운송약관 개정 내 일부 휴대품과 음식물의 버스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시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버스에 들고 탈 수 없는 물품을 정한 규정이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주장과 안전·위생 측면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부산시는 2024년 1월 1일부터 시내버스 운송약관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반입 금지 품목은 몇몇 휴대품과 음식물로 나뉜다. 휴대품은 무게가 20kg 이상이거나 부피가 50cm(가로)x40cm(세로)x20cm(높이) 이상이면 들고 탑승할 수 없다. 대형 캐리어를 비롯해 규격을 넘어서는 통기타, 골프 가방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음식물은 테이크아웃 커피잔과 같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경우 반입이 금지된다. 뚜껑이 없거나 빨대가 꽂힌 음료 등도 반입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민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천 모(29·부산 동구) 씨는 “차량이 없어 주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큰 짐을 들고 탈 때마다 반입 금지 품목인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며 “급히 버스를 타야 하면 손에 든 음료를 정류장에 두고 탈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350만 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현행 시내버스 물품 반입 금지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부피가 큰 캐리어를 끌고 시내버스에 탑승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현실을 반영해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신문고 등에는 부산 시내버스 물품 반입 금지 규정을 바꿔달라는 민원이 주기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접수되는 민원 중에는캐리어와 음식물 반입 규제를 고쳐달라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반면 현행 물품 반입 금지 규정 덕분에 버스 이용이 더 편리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재훈(27·부산 부산진구) 씨는 “과거 옆 사람이 들고 있던 커피를 쏟아 바지가 다 젖은 적이 있다”며 “규정 시행 이후로는 위험하거나 불쾌한 일이 생기지 않아 물품 반입 통제가 계속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김해공항 버스정류장에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반입 금지 품목에 대한 안내문을 4개 국어 QR코드 형태로 설치했다. 또 부산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도 홍보 활동을 벌였다. 규정을 몰라 실랑이가 벌어지거나 시민 불만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운송약관을 개정할 때 다른 지자체 규정을 참고했기 때문에 부산 시내버스 규정이 특별히 폐쇄적이지는 않다”며 “특정 물품을 일일이 명시하기에는 물품이 지나치게 많고 기준이 모호할 수 있으므로 규격을 통일해 예외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규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면서도 융통성 있는 버스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영산대 오창호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교통은 직역하면 사귀고 통한다는 뜻인데 시내버스가 그렇게 운영되지 않고 있다”며 “규정에 대한 홍보와 함께 공항과 랜드마크를 지나는 일부 버스만이라도 캐리어 보관 공간을 만든다면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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