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개혁 3법 폭주, 전국법원장회의 우려 귀담아 들어야
사법부 배제 법 개정 부작용 지적 봇물
권력자 이익·국민 고통 결과 낳을 수도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동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제한 토론 중인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3차 상법개정안을 처리한 뒤, 사법개혁안 중 형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소위 ‘사법개혁 3법’ 가결을 향해 제동장치 없는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법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제도 도입, 대법관 증원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사법개혁 3법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11일까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속속 통과한 상태다. 현재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대로라면 국회 본회의 통과는 시간문제다. 사법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파급 효과가 폭발적인 해당 법안의 속도전식 처리를 놓고 법조계를 비롯해 각계에서 우려가 쏟아진다. 특히 헌법을 지탱하는 3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를 배제하고 추진되는 모양새에서는 위헌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유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정치에 기울어진 사법부를 바로 잡겠다”며 사법개혁 3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해 학계 등에선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 수단 악용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줄곧 제기해 왔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지난 23일 “해당 법안은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이라며 위헌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25일에는 서울 서초동에서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려 해당 법안 숙의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 반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표명됐다.
해당 법안에 대한 비판은 학계나 사법부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사법개혁을 줄곧 요구해 온 참여연대와 민변 등 개혁 성향 시민단체들마저 법왜곡죄 신설에 대해 “남용 가능성이 크고 정치적 보복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기존 판결을 ‘정치판결’이라 비판해 온 민주당이 정권을 잡자마자 형사처벌로 재판에 개입하는 방식의 법안을 꺼낸 것은 권력 견제 원리에도 맞지 않는 자기 모순이라 비판한다. 재판소원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도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에서는 3심제를 도입하고 있는 현행 재판제도가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면서 재판 장기화로 인한 국민 피해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검찰 개혁을 명목으로 검찰청을 없애버리는 극약 처방을 내린 바 있다.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몰라 온갖 우려가 제기되는 속에 민주당은 다시 개혁을 빌미로 사법부에도 극약 처방을 들이대고 있다. 지연된 사법행정과 이해할 수 없는 판결 등으로 인해 법원이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법부를 형해화하는 식의 개혁이 답이 될 순 없다. 어설픈 개혁이 삼권분립 붕괴로 권력자에게 유리하고 국민만 고통받는 식의 결과를 빚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의견을 듣고 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개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