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관세 압박… 부산 수출기업 ‘복합 위기’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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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여건 불확실성 장기화 조짐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목소리
선적 취소·대금 수수 지연 등
기업 피해·예상 신고 15건 접수
영세 제조업 많아 대응 더 어려워
업계 물류비 지원 맞춤 정책 주문
정부도 산업별 대응책 마련해야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미국 관세 압박도 계속되면서 부산 지역 중소 수출기업들이 복합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미국 관세 압박도 계속되면서 부산 지역 중소 수출기업들이 복합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계속되면서 부산 지역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 관세의 압박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중소 제조업 중심의 지역 수출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맞춤형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쟁 장기화 조짐에 피해 현실로

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이 조기 종결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 특히 원유 수급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에너지·물가 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핵심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과 물류 마비다. 산업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석유제품(6.30%)과 화학제품(1.59%) 등을 필두로 국제 제조업의 생산 비용이 평균 0.71%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더해 해상 물류 마비로 인한 간접 피해는 전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중동 수출 비중은 5.6% 수준이지만, 유가와 환율, 원자재 가격과 해상 운임 상승의 영향이 확산되는 조짐이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6일 시와 유관기관 17곳이 구성한 중동 사태 위기 대응 상황실에는 선적 취소나 차질,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인한 수출 물량 출하 중단 또는 지연, 대금 수수나 거래 지연 등 총 15건의 기업 피해 또는 피해 예상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3일 부산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중동 사태 관련 부산지역 기업 긴급 간담회에서도 직간접적인 피해 호소가 이어졌다. 르노코리아 김동진 통관팀장은 “지난해 중동 지역에 차량 2000대, 600억 원가량을 수출했는데, 지금은 전혀 못 나가고 있다”며 “두바이에서 원자재를 수입하는 알류미늄 휠 제조 협력업체는 수급난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이든텍의 김종범 부사장은 “중동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24% 인상됐는데, 제품 가격에 바로 반영하기 힘들어 다음 분기까지 다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일고무벨트 진필우 부장은 “지난해 중동에 산업용 벨트 100억 원가량을 수출했는데, 지금은 물류비도 문제지만 선적할 배 자체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석유 기반의 합성고무 가격도 인상돼 부담”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복합 위기에 맞춤형 지원을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미국의 관세 정책도 지역 기업에게는 여전히 부담이다. 미국 대법원이 앞선 관세 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무역법 301조 조사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공급 과잉 문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 수출품 중에는 전자장비, 자동차와 부품, 철강, 조선, 기계 등을 지목하고, 석유 화학 부문의 경우 한국 정부도 감산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지난해 부산 전체 수출의 18.3%를 차지한 부산의 최대 수출국이다. 전력용기기와 철강 제품, 산업·수송 기계가 주요 품목인데, 이미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지난해 철강 제품이 16.1%, 자동차 부품이 2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기계도 중국·동남아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12.5% 줄었다.

부산 전체 수출 기업의 9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오래 버틸 여력이 많지 않다. 부산상의 간담회에 참가한 리녹스 홍성규 대표이사는 “철강 기업은 중간 허리가 사라지고 있고, 물량이 일부 기업으로 쏠리면서 산업 생태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중동 관련이 아니더라도 모든 기업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기자재 수출 전문 무역상사 오션엔텍을 운영하는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 송해화 회장은 “달러 외에도 기타 통화의 환율에 타격을 받거나 동, 주석 같은 원자재 가격 인상, 중동산 알루미늄의 수급난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많다”면서 “기업 자구책이 우선이겠지만 지자체의 물류비 지원 사업 같은 맞춤형 지원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최근 추경안에서 해외 물류비 지원을 1억 8000만 원에서 4억 5600만 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수출 바우처 사업에도 1억 5000만 원 늘어난 4억 5000만 원을 편성했다. 영세 수출기업을 위한 수출보험료와 수출보증보험료 지원에는 각각 지난해보다 1억 원 증액한 8억 원과 3억 원을 이미 배정했다. 글로벌 리스크 대응과 환율 관리 특별자금에도 도합 3500억 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한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경제정책본부장은 “중동 사태와 미국 관세 정책뿐 아니라 각국의 에너지 정책과 공급망 변화, 가격 경쟁 심화 등 지역 제조업을 둘러싼 대외 여건은 앞으로도 녹록지 않다”며 “기업의 자체 노력에 더해 정부의 산업별 대응 전략과 부산시의 적극적인 기업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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