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고위직 출신 ‘KRX 핵심 보직’ 내정… 이해 충돌 명백”
차기 파생상품본부장직 인사 반발
부산경실련, 임명 철회 강력 촉구
감독-피감기관 간 불공정 재취업
퇴직 공직자 취업 심사 지정 필요
노조, 14일 출근 반대 투쟁 계획
한국거래소 노조가 부산 본사 로비에 설치한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선발 경시대회장’ 판넬. 한국거래소 노조 제공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차기 파생상품시장본부장에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선임된 것과 관련해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 지역 시민단체도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선임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공익감사청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부산경실련)은 12일 발표한 ‘한국거래소 파생상품본부장직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의 인사 내정’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금융감독원이 한국거래소에 대한 검사·감독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금감원 고위직 출신이 거래소 핵심 임원으로 이동하는 것은 직무 관련성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거래소 상임이사(부이사장)로서 국내 유일의 파생상품시장 운영과 제도 개선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거래소 신임 파생상품시장본부장으로 한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내정했다. 거래소는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부산경실련은 이번 인사가 일회성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6년 이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 인사들이 한국거래소 상임이사직에 반복적으로 선임돼 왔으며, 이번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9년 연속 같은 관행이 이어지는 셈이라는 것이다. 부산경실련은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사이에 고착화된 불공정 재취업 구조”라고 규정했다.
부산경실련은 또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거래소 이사장의 추천만으로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 구조여서, 후보 추천 과정에서 거래소 감독기관의 비공식적 추천이나 압력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적 허점도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정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공직유관단체이지만,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 고위직 출신 인사가 거래소 임원으로 이동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나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공식 심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부산경실련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거래소와 유사한 성격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농협중앙회 등이 취업심사 대상 기관으로 지정돼 있다”며 “자본시장 핵심 인프라이자 금융당국의 직접 감독을 받는 한국거래소가 오히려 제외된 것은 형평성과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부산 금융중심지 정책과의 연계성도 문제로 거론됐다. 부산은 2009년 정부로부터 해양·파생특화 금융중심지로 지정됐지만, 정책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부산경실련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지역 금융중심지 발전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부산경실련은 임명을 철회하고 한국거래소를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대상 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인사 강행 시 공익감사청구를 비롯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노조도 전면전에 나섰다. 거래소 노조는 주주총회 바로 다음 날이자 한 후보자의 첫 출근일로 예상되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출근 반대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외치면서 정작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자리에는 전문성이 전무한 금감원 출신 고위 임원을 보상성 자리처럼 내려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