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양치기 구인 광고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사와 건축가, 정치인이 누가 가장 오래된 직업인지 논쟁했다. 의사는 하느님이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든 것이 최초의 외과수술이라며 자신의 직업을 꼽았고, 건축가는 혼돈 속에서 세상을 창조한 하느님을 들어 건축가가 더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치인이 말했다. “그 혼돈을 처음 만든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하지만 오래된 직업을 말할 때 양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목자(牧者)로도 불리는 양치기는 인류가 목축을 시작한 이래 공동체의 생존을 떠받쳐 온 직업이다. 성경에서 예수는 자신을 ‘선한 목자’라 했고, 고대 그리스 신화에도 양치기가 종종 등장한다. 중국에서도 목자들은 오랫동안 농경과 목축 문화를 지탱해 왔다. 백년전쟁의 영웅 잔 다르크 역시 양치기 출신이라는 설이 있다. 양 떼를 이끄는 일과 사람을 부리는 일의 공통점 때문인지 양치기는 종종 리더십의 상징으로도 거론된다. 심리학자 케빈 리먼은 〈양치기 리더십〉에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지도자가 되려면, 양치기가 양 떼를 돌보듯 사람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소설가 알퐁스 도데의 〈별〉 때문인지 사람들은 양치기를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직업으로 여긴다. 그러나 전통적인 양치기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사계절 내내 초원을 떠돌며 가축을 돌보고 늑대와 도둑, 혹독한 자연환경에 맞서야 했다. 오늘날 뉴질랜드 일부 지역에서는 헬리콥터와 드론을 활용한 대규모 목축이 이뤄지지만, 대부분의 양치기는 여전히 전통 방식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프랑스에서는 최근까지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양치기의 삶을 선택하곤 했다. 사라져 가는 직업이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동경은 여전하다.
최근 중국 내몽골의 한 초원에서 양치기 두 명을 뽑는다는 구인 광고가 큰 화제를 모았다. 웨이보 조회수만 5900만 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고용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5% 안팎이지만 청년층은 취업난과 장시간 노동, 낮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양치기 모집에 7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대도시 직장인과 대학 졸업생들까지 가세했다. 지원자들은 광활한 초원에 대한 낭만보다 당장의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어떤가. 우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 앞에 서 있다. 그래서 씁쓸하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