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청 신청사 부지 무상기부, 결국 ‘없던 일’로
기부 약속 덕천동 4050평 부지
채무 관계 정리 불발되며 무산
20억 원 들여 수용 절차 밟기로
연내 착공해 2029년 이전 계획
부산 북구 덕천동에 완공 예정인 북구청 신청사 조감도. 북구청 제공
부산 북구청이 추진해 온 신청사 부지 무상기부(부산일보 2024년 4월 15일 자 8면 보도)가 무산됐다. 부지와 관련한 채무 관계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북구청은 수십억 원 예산을 들여 부지를 직접 매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무상기부를 전제로 추진됐던 신청사 사업에 뜻하지 않게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게 되면서 재정 부담만 커지게 됐다.
북구청은 종교법인 자명사로부터 기부받기로 했던 북구 덕천동 일원 1만 3400㎡(약 4050평) 부지에 대해 13일 수용(강제매입) 취득 절차를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
북구청이 기부를 약속받았던 이 땅은 신청사 개발용지 전체 3만 300㎡(약 9170평) 중 약 44%에 달하는 규모다. 구청은 당초 부지를 무상 기부받는 조건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 등 채무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결국 수용 절차를 밟게 됐다. 구청이 산정한 수용 금액은 20억 원이다.
구청은 2024년 4월 자명사 측과 무상기부 협약을 체결했다. 자명사는 부산 출신 기업인인 김지태 선생의 후손들이 설립한 종교법인이다. 현재 고 김지태 선생의 차남 한생산업 김영우(84) 회장과 그의 부인 위혜영 씨가 임원으로 있다.
앞서 구청은 자명사 측에 지난해 말까지 토지를 담보로 한 채무 관계를 모두 정리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지만 채무 정리는 불발됐다. 〈부산일보〉 취재 결과 자명사 측이 기부를 약속한 부지에 기재된 근저당권 설정액은 66억 원 안팎이다.
구청은 신청사 착공이 임박해 별 수 없이 토지를 수용하기로 했다. 총사업비 1574억 원이 투입되는 북구청 신청사 건립 사업은 현재 설계 마무리 단계다. 지하 2층, 지상 8층 규모에 연면적 약 4만 410㎡(약 1만 2220평)다.
무상 기부가 채무 문제로 불발되자 북구청의 행정 판단이 안이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구의회에서 나온다. 북구의회 김태희 의원은 “기부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다면 토지의 권리관계와 채무 문제를 첫 단추부터 명확히 풀고 시작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북구청은 기부 성사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무산 가능성에도 대비해 예산을 사전에 확보해뒀다는 입장이다. 구청이 확보한 20억 원의 토지 매입 예산은 신청사 부지 수용 보상 예산 70억 원에 포함된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북구청 김도영 미래전략과장은 “2023년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사 당시 기부 무산 가능성까지 반영해 사업비를 이미 산정했다”며 “이달 말까지 법원에 공탁금을 낼 예정이며, 신청사 건축과 전체 사업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자명사 측은 채무 변제는 마무리됐지만 법적인 문제로 근저당권 해지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부를 약속했던 한생산업 김영우 회장은 “채권 변제는 끝났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직까지 설정된 근저당권 말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을 충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구청에 기부약속을 하게 돼 결과적으로 폐를 끼치게 된 점 송구하다”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