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떠나고 마트는 회생절차…조선 호황 무색한 울산 동구 상권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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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상징 현대백화점 폐점 수순
하나 남은 대형 마트 매대 텅텅
상인 매출 최하위·공실률은 2배
외국인 위주 채용, 낙수효과 '뚝'
생존 기로 상인들 자구책 사활

울산 동구 핵심 상권인 서부동·전하동 일원 상가에 임대 게시물이 걸려 있다. 오상민 기자 울산 동구 핵심 상권인 서부동·전하동 일원 상가에 임대 게시물이 걸려 있다. 오상민 기자

울산 동구 상권이 ‘삼중고’에 빠졌다. 조선업이 호황인데도 그 효과가 지역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여기에 지역 유통의 양대 축인 현대백화점이 폐점 수순을 밟고, 홈플러스마저 정상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생존 기로에 선 상인과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2일 찾은 울산 동구 서부동, 전하동 상권은 평일 점심시간에도 한적했다. 이곳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앞에 위치한 동구 내 대형 상권으로 근로자들의 ‘외식 1번지’로 불린다. 하지만 상가에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임대 안내판이 내걸렸다. 현대백화점 옆에 위치한 현대광장 역시 썰렁하긴 매한가지다. 평소라면 식후 휴식을 취하는 근로자나 주민들로 북적여야 할 공간이지만, 오가는 사람도 찾기 어려울 만큼 텅 비어 상권 공동화를 보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1분기 동구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626만 원으로 전국 평균(954만 원)과 울산 평균(831만 원)을 밑돌며 울산 5개 구·군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하동의 상가 공실률 역시 21.8%에 달해 전국 평균(10.5%)의 2배를 웃돌았다. 이는 울산 핵심 상권인 남구 삼산동(8.6%)의 2.5배가 넘는 수치다.

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 옆에 위치한 현대광장이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한적하다. 오상민 기자 현대백화점 울산 동구점 옆에 위치한 현대광장이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한적하다. 오상민 기자

상권 몰락의 바탕에는 조선업 낙수효과 실종이 꼽힌다. 선박 건조 물량은 늘었지만 내국인 근로자의 빈자리를 씀씀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고, 기업 내 회식과 법인카드 사용 기조마저 줄어들며 골목으로 향하던 돈줄이 끊겼다는 설명이다. 남기환 동구소상공인연합회장은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고 기업 회식 문화도 줄면서 골목상권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면서 “조선업 호황에도 소비가 지역에 머물지 못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상권 공동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50년간 지역 마중물 역할을 한 백화점의 폐점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1977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울산점 동구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공모를 통해 750가구 규모의 임대주택 등 복합 시설로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남은 대형 유통 채널인 홈플러스마저 제 기능을 상실했다. 이날 찾은 동구 홈플러스 닭고기 냉장 코너에는 ‘물류 수급 문제로 인한 입고 지연’ 안내문과 함께 고기 대신 자체 브랜드(PB) 가위와 집게 세트가 놓여 있었다. 육아용품 및 생필품 코너 역시 장바구니가 자리를 대신했다. 기업회생 절차 여파로 대금 결제가 막히며 정상적인 물건 입고가 끊긴 탓이다. 이에 주민들은 장을 보거나 문화를 누리기 위해 남구 등으로 원정을 떠나는 실정이다.

홈플러스 울산동구점 매대에 상품 수급이 원활치 않아 냉장고에는 집기용품이, 생필품 매대엔 장바구니가 자리를 대체했다. 오상민 기자 홈플러스 울산동구점 매대에 상품 수급이 원활치 않아 냉장고에는 집기용품이, 생필품 매대엔 장바구니가 자리를 대체했다. 오상민 기자

인프라 상실과 상권 붕괴가 현실화하자 지역 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여종구 서부동 명덕마을 상인회장은 “50년 동안 지역의 버팀목이던 백화점의 일방적인 철수 수순에 상인들은 배신감마저 느낄 정도”라며 “동구에 남아서 버티던 상인들도 백화점 폐점 소식에 이곳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영업을 계획하는 등 ‘탈동구’가 가속화될 뇌관이 터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상인들은 행정에 기대지 않는 ‘자율상권 협동조합’ 결성 등 자구책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정 구역이 아닌 범동구 상인들이 직접 조합을 꾸려 정부 공모 사업을 따내고 거리를 직접 기획하는 방식이다. 상인들은 이를 위해 동구청과 동구의회에 관련 조례 개정을 촉구했다. 상인 뿐 아니라 지역 공인중개사 단체를 중심으로 백화점 철수를 막기 위한 연대 움직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동구지역위원회는 이날 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생안을 긴밀히 논의하던 중 일방적으로 폐점 가능성을 언론에 흘린 것은 동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주민 쇼핑권 보장과 대안적 상권 조성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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