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권력 지형 지각변동, 시민은 변화를 원했다
부산·울산 당선 유력 집권 여당 득세
반성 없는 국민의힘에는 엄한 회초리
여권에도 조건부 지지로 긴장감 부여
3일 부산 부산진구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캠프에서 변성완 시당위원장 등이 출구조사 결과 전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자 기뻐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정종회.김종진 기자 jjh@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8년 만에 동남권 정치 권력 주도권의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보수 진영의 기반으로 꼽혀왔던 동남권의 이번 변화는 선거공학적 해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가 생활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지만 숱한 정치적인 격변 이후 벌어진 이번 지방선거는 새로 출범한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남권 지방선거 승전보는 유권자들이 기존 지역 정치 권력에 준엄한 경고를 내렸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나 정권 출범 이후 경제와 민생, 외교와 안보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음에도 동남권 유권자들이 집권 여당에 지역 정치 권력 주도권을 다시 넘긴 것은 동남권의 기존 보수 정치 세력인 국민의힘에 엄준한 회초리를 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가 않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결과 4일 0시 현재 부산과 울산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후보와 김상욱 후보가 각각 방송 3사 추정 '당선 유력'으로 나타난 상황이다. 경남은 같은 시각 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 있어서도 역시나 4일 0시 현재 민주당이 부산 16곳 중 9곳, 경남 18곳 중 8곳, 울산 5곳 중 3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3번의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동안 동남권에서는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다시 민주당으로 4년을 주기로 번갈아 가면서 정치 권력 주도권이 급격히 바뀌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전국적으로도 이처럼 ‘스윙 보트’ 지역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곳은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렇다고 동남권 유권자들이 무조건적 신뢰나 지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조건부 계약서’를 건넸을 뿐이다. 8년 사이 동남권 지방권력 주도권 교체가 두 번이나 이뤄진 사실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권력은 언제든지 심판받을 수 있다는 서늘한 경고를 깔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 민주당은 소속 광역단체장의 추문으로 주민들에게 도덕적 실망과 행정적 공백을 안긴 전력까지 있다. 어렵사리 잡았던 동남권 지방권력을 모조리 내놓아야 했던 전력이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권력의 안일함을 경계하고 실질적인 행정 성과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과제를 떠안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 동남권 지방권력 주도권이 교체됨으로써 집권 2년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는 국정 드라이브에 한층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전국에서도 민주당은 16개 시·도지사 중 14곳에서 1위를 달리고 있어 선거 전체 구도로 봤을 때 압승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대통령 탄핵을 겪고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까지 줄줄이 선거에서 참패한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당장 장동혁 지도부의 진퇴 문제 등 당 진로를 둘러싼 격통이 예고되고 있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고 거듭나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승리의 축배만 들고 있기에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선거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서라기보다 국민의힘에 경고를 보내기 위해 표심을 행사한 흔적이 눈에 띈다. 민심은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것만큼이나 권력이 긴장감을 잃는 사태도 원하지 않는 법이다. 동남권의 이번 선거 결과는 앞으로 이 지역의 선거가 지역주의 같은 선거공학에 매몰되지 않고 냉정한 선택을 하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조건부 계약서의 효력은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