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서 미·이란 휴전 이후 최고 수위 무력 충돌
미 아파치 헬기 추락 두고 갈등
이란 군사시설 겨냥해 3차례 공습
양측 공습 나서며 군사 긴장 고조
트럼프 "종전 곧 합의" 주장 반복
중동 정세 전면전 위기 전환 우려
10일(현지 시간) 오만 무산담 반도에서 바라본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들이 정박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다시 무력 충돌에 나섰다. 미군 아파치 헬기 추락을 계기로 미국이 이란 군사시설을 겨냥하며 공습에 나서자 이란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며 맞대응한 것이다.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휴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전면전 위기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9일(미 동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군 통수권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10일 오전 6시)부터 이란을 상대로 자위적 성격의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은 전날 미 육군 아파치 헬기가 격추된 데 따른 대응”이라며 “정당화될 수 없는 이란의 적대 행위에 비례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앞서 헬기 추락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미국은 불가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보복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중부사령부 발표 직후 이란 남부 해안도시 시리크와 호르무즈해협 인근 반다르아바스, 게슘 일대에서 잇따라 폭발음이 들렸다고 이란 메흐르 통신이 보도했다. 메흐르 통신은 남부 미나브 지역 당국자를 인용해 내륙 지역에서는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해협과 접한 해안 지대를 중심으로 폭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란 측 관계자들은 미국이 포병 부대와 군사기지 등 핵심 군사시설을 겨냥해 공습을 가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란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어떠한 공격도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며 “안전을 원한다면 우리 지역을 떠나라. 페르시아만의 역사는 외세 침입자들이 맞이한 비참한 결말을 수없이 기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역내 미국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고 공개했다. 다만 이란은 미군 헬기 격추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국영방송은 익명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24시간 동안 호르무즈해협에서 어떠한 군사작전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후에도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최초 타격 이후 추가 군사작전을 이어갔고, 이란도 역내 미군 시설을 겨냥한 반격 수위를 높이며 충돌은 한층 격렬해졌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이 이날 저녁 이란 방공망과 레이더 시설을 겨냥한 2차 작전을 실시한 데 이어 3차 작전까지 전개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의 타격으로 시리크 지역 통신탑이 파손됐고 물탱크 2개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적대 행위가 계속될 경우 훨씬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종전 협상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공세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원하는 상황에서 쉽게 이에 응하지 않고 협상력에서 우위 점하는 전략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번 충돌이 현재 진행 중인 종전 협상을 완전히 무산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된 제한적 군사행동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양측 모두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도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방송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대응은 매우 강력하고 단호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번 조치가 바로 그것”이라면서도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임박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