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의 포커스온] 부산대의 '이유 있는 변신'
논설위원
개교 이래 서울서 첫 단독 입학 설명회
주력 산업 연계 신설 학부 선보여 관심
한국해양대·부경대도 유치 적극 나서
해양수도권 육성 가시화되며 새 기회
'학습·취업·정주' 통합 생태계 구축해야
지역 소멸 막고 균형발전 이루는 토대
부산대가 지난 4일 서울 강남에서 2027학년도 입학 설명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개교 8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서울에서 단독 입학 설명회를 연 것은 지역 대학으로선 이례적인 사례다. 이날 300여 명의 수도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렸다고 한다.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 기조인 ‘5극 3특’ 체제 구축과 거점 국립대를 명문대 수준으로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 구체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과 대학의 노력이 맞물리며 거점 국립대 위상이 확실히 달라진 느낌이 든다. 부산대가 ‘서울 단독 설명회’ 개최라는 과감한 결정을 한 배경에는 수도권 학생들의 지원 증가도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부산대 정시모집에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 학생 비중은 2024학년도 6.5%, 2025학년도 9.2%, 2026학년도 13.9%로 3년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부산대가 올해 신설해 내년부터 학부 과정 신입생을 처음 모집하는 ‘스마트가전공학과’와 ‘X-모빌리티융합학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고 한다. 2027학년도 부산대 수시 모집 요강을 보면 ‘스마트가전공학과’는 LG전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전체 신입생 대상 2년 등록금 전액 장학금 지급, LG전자 채용 보장의 혜택이 있다. 첨단조선, 국방, 우주항공 등 동남권 미래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융합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X-모빌리티융합학부’는 신입생 전원에게 4년 등록금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 대기업 인턴십 우선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부산대의 두 학과 신설은 교육부가 올 4월 발표한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과 연관이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확정판인 이 방안을 통해 올 하반기 1차로 거점 국립대 3곳을 선정해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교육부는 올해 3개 거점 국립대에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 및 특성화 융합연구원’을 설립하고, 학부-대학원-연구소를 하나로 묶어 지원한다. 브랜드 단과대는 해당 지역의 성장엔진 분야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신설되는 단과대학이다. 특성화 융합연구원에는 기업, 정부 출연 연구기관,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외 유수 대학과의 협력체계가 구축된다. 이번 사업은 지역 인재 양성과 산업구조 재편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학 교육과 연구가 산업 현장과 직접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 지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청년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대뿐만 아니라 해양 분야 특성화 대학인 국립한국해양대와 국립부경대도 서울을 비롯해 전국 수험생 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립한국해양대는 국립목포해양대와 함께 지난 6~7일 서울 한국해운협회에서 ‘2026년 해양인재 발굴을 위한 공동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국립부경대도 영남, 충청, 호남, 서울에서 열리는 대형 진학 박람회에 참가해 입학 상담 부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해양수산부의 ‘해양수도권 육성 전략’이 막바지 단계에 도달한 것은 해양 특성화 대학을 비롯한 부산·울산·경남 소재 대학들엔 새로운 기회다. 이미 해양수산부와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HMM 본사 부산 이전이 완료된 상황이다. 여기에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을 비롯해 동남권투자공사와 해사전문법원 설치, 북극항로 선점과 개발 등 해양 행정·사법·금융산업 집적이 본격화되면 부산에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가 창출된다.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 공공기관 채용 연계나 해양·물류 대기업 취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비싼 학비 외에도 치솟는 거주 비용, 생활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수도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지역의 경쟁력 있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면 훨씬 실리적이다.
지역 대학 경쟁력은 지역 산업 경쟁력이며, 지역 산업 경쟁력은 국가의 균형 잡힌 성장을 담보한다. 학령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심각한 현실에서 지역 대학이 배출한 인재가 지역 성장엔진 산업을 이끄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 방안’이 기업의 지방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지역 산업계가 인재 부족을 해소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또 부산 중심의 ‘해양수도권’ 완성은 수도권 집중과 반도체 산업 쏠림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울경이 수도권에 맞서는 미래 성장산업의 축으로 자리 잡아야 인재 유출을 막고 기업, 지역 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지역 대학, 산업, 인재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학습·취업·정주로 이어지는 통합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그것이 지역 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이루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