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나우] 백제 무령왕 태어난 日 외딴 섬, 25년째 한일 교류장
규슈 사가현 북부 가카라시마섬
올해 25회 맞는 무령왕 탄생제
지역 차원 유산 등록 노력 분주
"교류의 왕, 무령왕 정신 계승"
지난 6일 오전 일본 규슈 사가현 가라쓰시 가카라시마에서 열린 제25회 백제 무령왕 탄생제에서 마쓰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관계자들이 무령왕의 가카라시마 탄생을 노래하는 ‘니리무세마’를 부르고 있다.
“백제 대국 무령왕 나의 고향이여 니리무세마”
지난 6일 오전 일본 규슈 사가현 북부의 가라쓰시 요부코항에서 배로 20분 거리. 인구 100명 남짓의 작은 섬 가카라시마에서 열린 백제 제25대 무령왕 탄생제에서 참가자들이 무령왕을 기리는 노래인 ‘니리무세마’를 부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니리무세마는 가카라시마의 고대 명칭으로, 노랫말에는 백제 제25대 왕인 무령왕이 가카라시마에서 탄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매년 6월 첫주 토요일 열리는 탄생제도 이날로 25회를 맞았다.
백제 무령왕은 이곳 가카라시마의 오비야포 동굴에서 태어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일본서기에 따르면 461년 백제 개로왕이 동생 곤지에 일본에 갈 것을 명하면서, 곤지의 요구에 응해 자신의 부인을 함께 보낸다. 이후 부인은 각라도(가카라시마)에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훗날 무령왕이 됐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에서 온 공주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관계자 30여 명, 주후쿠오카대한민국총영사관, 사가현 민단 관계자, 가라쓰시 관계자, 섬 주민 등 약 130명이 참석해 오비야포 동굴을 청소하고 무령왕의 탄생을 기념했다. 강석희 총영사는 “가카라시마를 포함한 규슈 지역은 일본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이고, 고대부터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며 “오늘 백제 무령왕 탄생제가 한일 간 우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가카라시마 주민들은 오랫동안 무령왕 탄생을 지역의 중요한 역사 자산으로 가꿔왔다.
둘레 약 14.6km로 단숨에 돌아볼 수 있는 섬 곳곳에는 무령왕 탄생지임을 나타내는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배가 섬에 도착하기 전부터 방파제에 크게 그려진 무령왕 그림이 보였다. 섬에 내리자 선착장 바로 앞에 무령왕 탄생 설화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고, 시선을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연꽃무늬 벽돌로 이뤄진 무령왕릉을 오마주한 무령왕탄생지기념비가 언덕 위로 보인다. 무령왕이 실제로 태어났다는 오비야포 동굴에는 화강암의 탄생지 비석이 세워져있다. 원래는 나무 표지판과 제단이 설치돼있었지만 2020년 총영사관이 화강암 비석으로 교체했다.
현지의 관심 덕분에 무령왕은 하늘의 별로도 다시 태어났다. 2012년 가라쓰시 어린이들이 제출한 소명 ‘무령왕’이 국제천문학연합소전체명명위원회로부터 인정받은 것. 이에 1997년 발견된 한 소행성에 ‘무령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카라시마 일대를 지역의 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시도도 있다. 마쓰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는 지난해 12월 가라쓰시에 가카라시마의 사가현 유산 등록을 문의했다. 그러나 사가현 유산은 ‘아름다운 경관을 나타내는 지구’ 등의 요건을 정하고 있어, 그 요건에 맞아야 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가라쓰시 문화재로도 이전부터 논의는 있지만 실제 지정을 위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사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쓰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미야자키 다카시 회장은 탄생제에서 “교류의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섬 일대를 사가현 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다만 이곳이 일본의 국정공원으로 지정돼 쉽지 않다고 하는데, 달리 생각하면 오비야포와 기념비가 국가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뜻이기에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역사적 논의와는 별개로 양국 주민들이 25년째 이어온 풀뿌리 교류는 뜻 깊다. 한일 관계가 때로는 갈등과 대립을 반복하는 가운데서도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상호 방문을 지속해왔다. 공주시무령왕국제네트워크 나정희 홍보이사는 “교류의 왕, 무령왕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한다”며 “이곳에서 무령왕이 탄생했다는 점이 한국에도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규슈(일본)/글·사진=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