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증시 훈풍에 올해 초과세수 15조 전망…‘기금·펀드’ 등 미래투자 새판 짠다
1~4월 세수 호조에 추경 전망치보다 15조 더 걷힐 듯
법인세·소득세·거래세가 견인…"20조 초과세수" 전망도
이 대통령 발언 계기 ‘미래대응기금’ 신설 방안 급부상
국부펀드’ 투입 등도 검토…8월 말까지 구체화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합뉴스
반도체 특수 및 증시 활황에 힘입어 올해 연간 국세수입이 두 달 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전망치보다 최소 15조 원 이상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반도체 업황과 금융시장 흐름이 지속된다는 전제에 따른 시나리오로, 일각에서는 추경 전망치 대비 연간 20조 원에 근접하는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세수 재추계 결과를 토대로 국세수입 전망을 확정한 뒤, 재원 배분 방향을 본격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 재정투입, 국가채무 축소, 미래 투자재원 확보 등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14일 기획예산처, 재경경제부 등 관계당국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적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조 9000억 원(15.4%) 증가한 164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증가율이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연간 국세수입은 431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작년 연간 국세수입 실적(373조 9000억 원)보다 15.4%(57조 6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올해 4월 10일 통과된 추경에서 정부가 높여 잡은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415조 4000억 원)보다도 16조 1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올해 연간 추가 초과세수가 15조 원을 상회하는 셈이다.
최근 5년 평균 4월 세수 진도율(38.6%)을 연간으로 적용더라도 연간 국세수입 전망은 425조 10000억 원 수준으로, 추경보다는 약 9조 7000억 원 많다.
법인세와 소득세, 증권거래세가 세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며 초과세수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특수로 법인세 수입이 늘고 있고, 증시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증권거래세 또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성과상여금 증가에 따른 근로소득세 확대와 부동산 거래량 증가에 따른 양도소득세 증가 등이 소득세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며 세수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K-AI반도체 성장 포럼'에 참석해 K-AI반도체 성과 부스를 관람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실제로 올해들어 지난 4월까지 법인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작년 동기보다 8.9%(3조 2000억 원) 늘어난 39조 원이 걷혔다. 특히, 8월에는 법인세 중간예납이 예정돼 있어 기업 실적 개선분이 세수에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 또한 증시 변동성 확대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올해 1~4월 증권거래세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290.9%(3조 1000억 원) 폭증한 4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따라 국세수입에서 증권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연간 0.9%에 그쳤으나, 올해는 1∼4월 누계 기준으로는 2.5%까지 올라갔다. 올해들어 4월까지 소득세 수입 역시 44조 7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2%(5조 9000억 원) 늘었다. 다만, 고유가·고환율에 따라 소비가 둔화한다면 부가가치세 수입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세수가 추경 전망을 상당 폭 웃돌 경우 초과세수의 활용 방안도 재정 운용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15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초과세수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반적으로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우선 사용하고, 이후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고 채무를 상환하며, 그래도 남는 돈은 추경 재원 등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초과세수 활용 패러다임이 크게 전환됐다.
기획예산처 등 당국은 엄격한 요건과 사용처 제한을 받는 추경 대신, '미래대응기금(가칭)'을 신설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기금 형태로 재원을 적립하면 국회 심사 없이도 첨단산업 발전이나 미래 세대를 위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첨단 제조업 등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더불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기금 조성이나 혁신기업 지원 확대, 지역 균형발전 사업 등에 투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 별도의 입법 절차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올해 하반기 출범 예정인 '한국형 국부펀드'에 초과세수를 투입하는 방안도 비중 있게 거론된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을 벤치마킹한 이 펀드는 현세대의 자산을 장기적으로 증식하는 투자기구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초과세수를 국부펀드에 넣어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초과세수 활용법으로 단기적인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이나, 재정 건전성 관리 차원의 국채 상환 등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현재 관계 당국은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국부펀드 투입, 혹은 두 방안의 병행 등을 놓고 폭넓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초과세수 활용을 위한 새로운 밑그림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발표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이나 8월 말 정부예산안 국무회의 제출 시점을 전후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