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승보 조달청장 “부산서 개발한 혁신제품, 공공조달로 키워가겠다”
지역 기업 조달시장 진출 지원
지방정부로 공공조달 이관 가속
물품·용역 입찰 때 지방 우대도
우리나라 경제 분야 중에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거나 평소 듣지 못했던 분야가 있다. 공공조달 시장이다. 한해 225조 원이라는 큰 금액이 공공조달에서 거래된다.
길에서 흔히 보는 바닥신호등과 횡단보도 차양막, 학교의 전자칠판, 코로나 백신 등 주위에는 공공조달로 공급된 물품과 용역이 매우 많다. 기업들 입장에선 매우 큰 시장이다. 공공조달에 성공하면 기업 매출이 쑥쑥 늘어나기도 한다.
백승보(56) 조달청장을 만났다. 부산이 고향인 백 청장은 브니엘고를 나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조달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후, 작년 8월 조달청장에 취임했다. 한우물만 판 사람이다.
백 청장은 “공공조달은 정부정책과 공공행정에 필요한 자원을 투명·공정하게 조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최근엔 인공지능(AI) 로봇 기후테크 등 전략제품을 선도적으로 구매해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기업이 이를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수도권 기업이 조달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백 청장은 “현재 조달청이 단가계약을 맺은 물품은 지방정부가 별도로 구매할 수 없고 나라장터 쇼핑몰을 통해서만 사야 한다”며 “그러나 지방정부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목소리가 많아 올해부터 공공조달을 점차 지방정부로 이관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 청장은 “올해는 우선 경기도와 전북에서 전기·전자분야 118개 품목을 대상으로 시험운영한 뒤 내년에 전체 지방정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창업기업)의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지방정부가 발굴해 추천하면 혁신제품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방정부에 혁신제품을 발굴하는 스카우터를 확대하고 부산시도 여기에 동참하면 부산지역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닥에 불빛을 비추는 보행신호등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데 착안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이 제품은 혁신제품으로 지정돼 전국에 확산된 대표적인 제품이다.
즉 조달청은 부산에 뿌리를 둔 기업이 혁신제품을 개발한다면 이 제품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혁신제품은 법적으로 수의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 청장은 최근 부산을 찾아 선박 안전항해용 특수 조명장치를 개발한 덕성해양개발을 찾았다. 배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항로에 설치되는 광파표지도 혁신제품으로 지정됐다. 부산에서 개발돼 군산과 남해 등 여러 곳에 납품이 되고 있다. 그는 “해양·항만·물류, 디지털·AI, 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부산 혁신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달청은 올해 4월 비수도권 기업 조달 우대방안도 발표했다. 물품·용역 입찰 시 지방우대 가점을 신설하고 동일 조건 시 비수도권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제도다.
백 청장은 “수도권 집중이 너무 극심하다. 하지만 지방에는 기술이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꽤 많다.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조달청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해 비수도권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