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울산시장 인터뷰 “120민원센터는 조사권 갖춘 민주 시민의 힘 있는 조직”
민주 시민 주권으로 기득권 타파
공론화위·독립 감사 등 제도 도입
취임 첫날 폐선 버스 노선 복구
3년 뒤 버스 전면 공영제가 목표
산업 인공지능 전환 실증단지를
중소기업 미래 산업 전환 허브로
울산 생존 걸린 부울경 메가시티
초광역협의체부터 서둘러 복원
김상욱 울산시장이 지난달 24일 울산시상수도사업본부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부산일보TV’에 출연해 민선 9기 시정 구상을 밝히고 있다. 오상민 기자
인수위 출범식에서 인사말 하는 김 시장. 울산시 제공
김상욱 울산시장은 30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선 9기 시정을 관통할 핵심 일성으로 ‘민주 시민 주권’을 꼽았다. 민선 9기 최연소 광역단체장인 김 시장은 120 울산민원센터 신설과 공론화위원회 설립으로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기득권 문화를 타파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취임 첫날 폐선 버스 노선 복구로 대중교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 인공지능 전환(AX) 중심의 미래 산업 개편과 부울경 초광역 협의체 복원을 통해 울산의 생존과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험난한 여소야대 정국은 시민 여론을 동력 삼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향후 4년 시정의 최우선 가치를 꼽는다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4년 시정을 관통할 핵심 일성은 ‘민주 시민 주권’이다. 부울경이 함께 겪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울산이 겪는 첫 번째 문제는 권위적이고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기득권 문화다. 이제는 이를 깨부숴야 한다.
또 하나는 시민들의 삶이 너무나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교통, 의료, 교육, 문화, 복지, 보육, 돌봄이 총체적으로 무너졌고, 이를 다시 살려내야 하는 마지막 골든타임에 와 있다.”
-시민 주권 비전을 실제 행정의 변화로 잇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무너진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시장 직속 최고 부서로 ‘120 울산민원센터’를 신설한다. 단순 콜센터가 아니라 시민의 정책 제안과 민원, 비리 제보를 직접 수합하고 조사권까지 갖춘 힘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
두 번째는 공론화위원회 설립이다. 취임 직후 곧바로 설치 조례안을 발의해 지금까지 시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
세 번째로 현재 시장 직속인 감사위원회를 독립적 합의제 기구로 전환해 독립성을 대폭 끌어올리고 시민 참여를 열겠다. 시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사안별로 유연하게 접근해 시민의 뜻을 행정에 구속력 있게 반영할 구조를 만들겠다.”
-시내버스를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접근한다고 했다. 폐선 노선 복구와 재원 마련 로드맵은.
“단기는 출퇴근과 등하교조차 못 해 고통받는 폐선 노선 시민의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취임 첫날 가장 불편이 큰 126번 노선을 즉시 복구한다. 이를 위해 투입 가능한 버스를 모두 긁어모았고 행정 절차도 최대한 단축했다. 추가 예산 투입 없이 확보할 수 있는 버스 15대도 오는 9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투입하겠다.
중기는 버스중앙차로나 간선급행버스체계(BRT)를 도입해 교통 효율을 높이고, 장기는 울산교통공사를 설립해 3년 뒤 전면 공영제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공영제로 가는 3년 동안 버스 회사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노선 면허를 3년 한정 면허로 묶는 방안도 업계와 조율을 마쳤다. 다만 시의회 동의를 얻는 과정이 가장 험난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산업 AX와 노동 중심 가치를 어떻게 양립할 것인가.
“노동 문제를 처음부터 함께 꺼내면 순서가 꼬일 수 있어 우선 산업 AX를 주도하는 것이 먼저다. 울산은 산업도시인데도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떠난다. 다가오는 AX 시대에 미래 산업 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울산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장지대)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유니스트(UNIST)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소형언어모델(sLLM) 기반 AX 실증 연구단지를 구축하고, 이를 중소기업까지 전파하는 핵심 허브로 삼겠다.
노동 문제도 외면하지 않겠다. 본격적인 노동 위기가 도래하는 2~3년 뒤부터는 ‘노동위원회’를 설립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단순한 방어적 노동 보호가 아니라, 산업 전환 과정에서 소득 보전, 직장 보전, 직업 전환 교육을 종합적으로 뒷받침할 재원과 정책을 중앙정부와 협력해 마련하겠다.”
김 시장의 공약인 산업 AX 전환에는 대규모 투자 유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울산을 배터리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 삼성SDI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김 시장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ESS를 넘어선 도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삼성SDI 배터리 ESS 투자 방침을 어떻게 보나.
“배터리는 울산이 그동안 탄탄하게 기반을 다져온 분야이므로, 이번 중앙정부의 직접 투자 발표는 당연히 환영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ESS 투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앞서 말한 산업 AX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미래 허브 기능을 울산이 선도해야 하며, 이 부분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앙정부의 공감대도 많이 형성된 상태다.”
-트램, 5000억 원 공연장, 학성 물길 복원 등을 재검토한다. 매몰 비용이나 행정 단절 비판에는 어떤 입장인가.
“기본적으로 행정이 함부로 단절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당연히 멈춰야 한다.
트램은 삼산동 일대처럼 좁은 도로 사정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교통 마비가 뻔하다.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시민들이 불가능하다고 뜻을 모아준다면 재검토해야 한다.
5000억 원 규모 공연장이나 학성 물길(울산왜성 해자) 복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치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실패해 시민 삶을 망가뜨리는 사업은 반드시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
-공업축제를 폐지하고 처용문화제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어떤 방향으로 키울 복안인가.
“시장 혼자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
기본 구상은 ‘처용문화제’라는 그릇 안에 울산의 전통 70%, 현재 15%, 미래 15%를 담아내는 복합 문화 축제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처용무만 추는 축제가 아니라 태화루, 학성공원, 경상좌수영, 언양읍성 등 울산 곳곳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려 한다.
과거 대기업과 관 주도였던 공업축제의 한계를 벗어나 진정한 시민 중심의 축제로 탈바꿈시키겠다.”
광역 단위의 생존 전략도 빼놓지 않았다. 김 시장은 부울경 메가시티를 ‘울산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규정하며, 단독 광역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인식을 분명히 했다. 과거 ‘부산 빨대 효과’를 둘러싼 경계심을 넘어 초광역 협력의 복원을 시정의 한 축으로 못 박았다.
-부울경 메가시티 논의 테이블은 언제 마련하나.
부울경 메가시티는 울산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김두겸 전 시장 시절에는 ‘부산 빨대 효과’를 우려했지만, 지금 울산 홀로 고립되면 생존조차 불가능하다.
선거 전 전재수 부산시장과도 초광역 협의체부터 빨리 복원하자고 했다. 박완수 경남지사와는 아직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시민 삶을 위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초광역 협의체를 통해 교통망과 경제 공동체부터 우선 복원해 나가겠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울산시의회와의 관계 설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선 8기 시의회의 파행을 보며 시민들도 학습 효과가 생겼을 것이라 본다.
시장으로서 여소야대 정국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시민의 주권’뿐이다.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 시민 여론을 통해 시의회를 설득하는 등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
-4년 뒤 임기를 마쳤을 때 어떤 시장으로 평가받길 원하나.
“울산 시민들이 울산시를 두고 ‘시정이 참 청렴해졌다’, ‘시정이 이제는 시민들을 좀 무서워하게 됐다’, ‘울산이 살 만해졌다, 이제는 다른 도시로 안 떠나도 되겠다’는 정도의 평가만 받아도 무척 행복할 것 같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