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 위험 키우는 미끄럼 방지 포장, 근본적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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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연한 지나 제 기능 못 해도 방치
점검·교체 주기 등 관리 체계 세워야

지난 3월 차량 빗길 미끄럼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상학로 인근 스쿨존 도로에 붉은 색 미끄럼방지포장이 되어 있다. 미끄럼방지포장은 마모 속도가 빨라 마찰력 감소로 안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3월 차량 빗길 미끄럼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상학로 인근 스쿨존 도로에 붉은 색 미끄럼방지포장이 되어 있다. 미끄럼방지포장은 마모 속도가 빨라 마찰력 감소로 안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스쿨존은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막기 위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의 주변 도로에 지정한 보호구역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차량은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해야 하며 주정차가 금지되는 등 일반적인 교통법보다 엄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 같은 무형의 장치 외에 차량 충돌 방지 펜스나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 등의 보호시설 설치도 뒤따른다. 하지만 어린이를 보호해 줄 것이라 믿은 이 시설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해 말썽이다. 특히 최근 들어 스쿨존 내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은 내구연한이 다 된 경우가 많아 일반 도로보다 더 미끄러울 정도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다. 사고를 막아주리라 믿었던 시설이 되레 흉기로 돌변할 지경이다.

〈부산일보〉가 최근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 시공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미끄럼 저항 실험 결과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한 지 수년이 지난 도로가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면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노후화한 부분에서는 일반 도로포장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항력도 발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장마철처럼 상시 노면이 젖어있을 경우가 많은 때에는 차량이 더 미끄러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2000년대 들어 스쿨존에 도입되기 시작한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은 최초 포장을 한 이후 노면 대량 파손 등의 경우가 아니면 재포장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어서 노후화한 포장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에 대한 공적인 관리조차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는 데 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만 하더라도 각 지역에 설치된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의 최초 시공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공 시점을 모르니 포장의 노후도에 대한 추적·관리는 아예 불가능하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잇따르는 경우가 아니면 재포장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뒤늦게 이뤄지는 현장 점검조차 저항력 측정 같은 절차가 진행되기보다는 담당 공무원의 현장 육안 점검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부산지역 스쿨존에서는 젖은 노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지난해 60% 이상 늘어났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의 내구연한이 2년 정도에 불과해 일반 아스팔트의 내구연한(10년)에 비해 현저히 짧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기해 왔다.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은 겉으로 미끄럼을 막아줄 수 있을 듯한 외양을 하고 있기에 기능이 저하할 경우 기능을 믿은 이를 더욱 위험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점검 기준과 교체 주기 등을 포함한 사후 관리 체계 마련을 외면해 왔다. 포장 상태만 그럴 듯하면 겉으로 봐서는 실제 저항력을 알 수 없기에 뭉개고 온 ‘사회적 태만’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사고가 나고서야 사후약방문식으로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하는 후진국형 구태는 이제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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