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에 재점화된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민주 ‘속전속결’ 상정
수사팀 ‘유착’ 보완수사로 밝혀지면서 폐지 우려 증폭
국힘 “경찰에 수사 전권 폐단 그대로 보여줘” 맹공
민주당 홍기원도 “약자에 부작용” 신중론 제기 불구
강경파 주도하는 與 8일 관련 법안 상정, 속도전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곽규택·윤상현·송석준·조배숙 의원으로부터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등을 둘러싼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건 수사팀과 현직 경찰 간부인 장 씨 아버지의 유착 의혹이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경찰만 수사를 하게 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폐단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며 존치론을 강하게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사건 이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지층의 압도적인 폐지 여론 속에 8일 관련 법안을 상정하는 등 강경파들의 주도로 오히려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당 소속 김용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공동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법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권 및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의 주체를 경찰(사법경찰관)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날 법사위에 상정되는 법안 약 100건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만 국회법상 숙려기간(15일)을 채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에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속전속결로 밀어부치겠다는 것이다.
앞서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고 했고,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법안 처리 시점에 대해 “(8월 17일) 전당대회 이후에 처리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장윤기 사건에서 수사팀이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하지 않고, 장 씨 아버지가 이를 폐기할 수 있도록 협조한 사실이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폐지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증폭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점점식 원내대표는 8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는 형사 사법 체계로는 피해자들이 피눈물 흘리는 세상이 올 것”이라며 “제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피해자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예방 인사차 국회를 찾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도 “보완수사권 폐지는 경찰의 수사권 완전 독점인 ‘경수완독’”이라며 “장관님과 이재명 대통령은 분명 보완수사권을 일부 존치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전면 폐지로 180도 선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부 입장이라면서도 “국회가 최종 입법 권한이 있으니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달라”고 언급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살인자의 편에 설 것인가”라며 “장윤기 사건은 오직 경찰만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억울한 피해자가 수없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을 극명히 보여준다. 그런 데도 전당대회에만 정신 팔려 보완수사권마저 기어이 없애겠다고 한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개적인 발언이 나왔다. 홍기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검수완박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힘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정치검사를 척결하기 위한 개혁”이라면서 “검사의 권한 남용 가능성을 없애면서도, 힘없는 억울한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수준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둘 여지는 없는지 심도 있는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에 관한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사의 보완수사권에 대해 ‘부분 존치’ 의견이 45.9%, ‘전면 존치’가 21.1%로 10명 중 7명은 보완수사권 존치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