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한묵 부산영화음악협회 회장 "음악 작업 외주화 악순환 끊으려 협회 만들어"
록스타 꿈꾸다 ‘영상 음악’ 전환
‘라방’ ‘파이프라인’ 등 30편 작업
부산 영화 음악 저변 확대 노력
영상미가 강조되는 현대 영화 산업에서 음악은 단순히 배경을 채우는 요소가 아니다. 서사를 이끌고 관객의 감정을 조율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이러한 음악을 설계하고 완성하는 이가 바로 영화 음악 감독이다. 영화 도시 부산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손한묵 부산영화음악협회장을 〈부산일보〉 취재진이 만났다. 올해 만 35세인 손 감독은 부산에서 나고 자라 일찍이 영상 음악의 길에 들어섰다.
“서사가 담긴 음악에 매료되어 이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학창 시절 밴드 활동을 하며 록스타를 꿈꾸던 소년의 진로는 2008년 한 공연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서태지와 영국의 명문 교향악단인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록과 클래식 크로스오버 콘서트를 본 후, 클래식이 가진 서사적 매력에 깊이 빠져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부산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해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이후 연세대학교 영상음악전문가 과정을 거치며 전문성을 다졌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업에 뛰어든 그는 현재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드라마와 영화 등 약 30편의 영상 음악을 작업해 왔다. 영화 ‘라방’과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최근 영화 제작 편수 감소와 시장 상황에 맞춰 드라마 음악 작업 비중을 높이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가 꼽는 최고의 영화 음악가는 독일의 작곡가 막스 리히터다. 영화 ‘컨택트’에 삽입된 리히터의 음악에 대해 손 감독은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듣는 이의 감정을 격렬하게 요동치게 만드는 독보적인 매력이 있다”고 평했다. 아울러 영화 ‘조커’의 음악을 담당한 힐두르 구드나도티르에 대해서는 “새로운 소리를 끊임없이 창조하고 도전하는 진취적인 태도가 진정한 작곡가의 면모를 보여준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지역 음악계에 대한 고민도 많은 청년이었다. 2018년 만 27세의 나이로 부산영화음악협회를 창립한 이유도 지역 내에서 영화 콘텐츠는 꾸준히 배출되는 반면 정작 음악 작업은 서울 등 외부로 외주화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젊은 나이에 협회를 설립한다는 이유로 안팎의 쓴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협회를 중심으로 영화의전당 영화음악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부산 영화 음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가 던진 화두는 단연 AI였다. 문화예술계 전반을 뒤흔드는 인공지능이 음악 분야에서도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AI의 작곡 능력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위협하는 수준이며, 대중적인 음악은 이미 AI가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음악 감독의 본질적 가치는 단순히 곡을 생산하는 기술에 있지 않다고 역설했다. 음악 감독은 단순히 작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서사를 이해하고 수많은 음악적 선택지를 조율하는 ‘뮤직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영화와 드라마 음악이라는 본업을 충실히 이어가는 한편, 공연 기획자로서의 역량도 키워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여러 활동이 궁극적으로 부산 음악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사의 힘을 믿으며 묵묵히 자신의 음악적 궤적을 그려가는 손한묵 감독이 만들어갈 부산 영화 음악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