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서울-부산 로펌 양극화 심화… 해사법원이 마지막 기회될까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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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사회부 기자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 직종 매출(부가가치세 신고 기준)은 10조 3749억 원으로, 2022년 8조 원 고지를 넘은 지 3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는 8.1% 늘었고, 2015년(4조 6373억 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부동의 1위 김앤장(1조 6000억 원대)을 제외하고 2~5위 로펌인 태평양, 세종, 광장, 율촌, 이른바 ‘태·세·광·율’은 지난해 연 매출이 모두 동시에 4000억 원대로 진입했다. 이처럼 서울 대형 로펌은 ‘돈 잔치’를 벌이지만, 부산은 조용하다. 부산 로펌들은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한때 연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고 알려진 부산의 한 대형 로펌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떠돌 뿐이다. 실제로 최근 만난 변호사들 대부분은 영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숫자가 없다고 현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부산지법의 1심 민사소송 접수 건수는 최근 10년간 약 20% 줄었다. 반면 부산 변호사 수는 2015년 648명에서 지난해 1219명으로 10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사건은 줄고 변호사는 늘었으니, 변호사 한 명이 나누어 가지는 사건의 몫은 그만큼 얇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법조계는 소위 ‘돈이 되는 사건’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추세다. 기업 인수합병, 대규모 국제중재, 가상자산처럼 자문료가 큰 사건은 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서울에 몰린다. 부산에 본사를 둔 국내 상장사 중 매출 10조 원을 넘는 곳은 최근 HMM 본사 이전이 확정되기 전까지 단 한 곳도 없었다. 2024년 기준 매출 부산 1위 기업인 BNK부산은행(매출 4조 4707억 원)조차 전국 순위 119위에 그쳤다. 매출이 줄면서 2023년(111위)보다 8계단 하락해, 전국 100대 기업 진입에는 끝내 실패했다. 대기업이 없으니 기업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그 분쟁을 대리할 로펌의 성장 동력도 원천적으로 부족한 셈이다.

여기에 지역 로펌의 안일함도 짚을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인맥으로 사건을 수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변호사를 찾는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수년 전부터 이미 네트워크 로펌이나 수도권 대형 로펌이 인터넷 광고를 물량전으로 장악한 상태인데, 지역은 이에 대한 대비가 안일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28년 부산해사국제상사법원 개원이 1년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개원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 8위권 대형 로펌인 ‘지평’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최근 벡스코에서 ‘해양수도 부산’을 전면에 내건 세미나를 열고, 부산경영자총협회·인제대 RISE사업단과 손잡고 부울경센터까지 출범시켰다.

부산변호사회도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지난해만 두 차례 해사 관련 특강을 마련하며 실무 역량을 다지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해상사고, 선박금융, 국제상사 분쟁처럼 자문료가 큰 사건들에 대해 수도권 대형 로펌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선점해 나가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해마다 벌어지는 서울과 부산 로펌 간의 격차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준비를 마친 쪽이 먼저 웃을 것이다.

그래서 해사법원 개원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서울 대형 로펌에 안방까지 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부산 법조계가 다시 일어설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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