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역건설에 안부를 묻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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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경제부 차장

부산 미분양 역대 최고 건설사 존립 기로
건설 생산유발계수 높아 지역경제 영향 커
공공 공사 지역업체 참여 확대 방안 찾아야

“요즘 지역 건설업계 어떻습니까? 많이 어렵지요.”

최근 건설·부동산을 담당하는 경제부 기자를 만난 이들이 하나같이 던지는 질문이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계획 인가를 받아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 단계로 들어선 지역 중견 건설업체 경영진은 “지역의 상당수 건설사들이 저희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할 그 당시만큼 힘들다. 그만큼 어렵다”고 답을 대신했다.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주택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쌓이면서 지역 주택 건설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부산에 쌓인 미분양 주택이 8000세대를 넘어섰고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3000세대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 산 집값이 3배, 5배, 10배로 뛰는 일이 서울에선 심심찮게 일어나는데, 부산에서는 10년 전 산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내놔도 팔리지를 않는다. 그러니 미분양은 더 쌓이고 주택 시장 불균형은 매달, 매년 더 심화된다.

이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곳이 지역 건설사다. 지역 건설 경기 침체에 더해 금리 부담, 정부 대출 규제까지 겹치며 지역업체의 유동성은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5년여간 30%P(포인트) 이상 치솟았는데, 그만한 공사비 보정을 해주질 않으니 본업인 건설에 손을 대기도 겁이 난다.

실제 지역 건설사들은 공사 물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존립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3년간 부산지역 종합건설업체 기성액을 살펴보면, 2023년 6조 2166억 원이던 것이 2024년에는 5조 62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9.45%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4조 9256억 원으로 여기서 또 12.5%가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부산 종합건설업체 중 자진 폐업한 건설사 수는 2년 전에 비해 1.5배나 늘었다. 올해 상반기 들어서만 폐업한 업체 수가 2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곳) 대비 40%가 또 증가했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지역 건설사 몇 곳 더 사라진다고 호들갑 떨 일이냐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건설업은 해당 분야에만 영향을 주는 산업이 아니다. 투자 대비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커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의 생산유발계수는 1.970으로 서비스업 1.697보다 훨씬 높고, 제조업 1.945보다도 높다. 특히 부산 지역 건설업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전국 시·도 가운데 1위로 건설 부문의 생산활동이 지역 내 전 산업에 미치는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매우 크다. 건설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괜한 너스레가 아닌 것이다. 지역의 많은 경제 주체들이 건설사 안부부터 묻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은행도 “뭘 해줄 수 있겠느냐”며 답답해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심사가 더 까다로워지면서 지역은행이 할 수 있는 일도 더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건설사들이 그나마 기댈 곳이 국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공 공사다. 업계에서는 이 ‘보릿고개’를 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으로 가덕신공항이나 서부산행정복합타운, 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 북항 재개발과 같은 대형 공공 공사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동전쟁 발발 후 급등한 공사비를 보정해주지 않아 지역의 참여 업체들이 각각 수십억 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기술형 입찰의 경우 입찰공고일로부터 실제 계약까지 장시간이 소요되지만 그 사이 급격한 물가 상승분을 총사업비에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국가 인프라의 안정적 완공을 위해서라도 공사비 현실화는 필수 조건이다.

공공 공사에서 지역업체 참여를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현재 부산 지역 100억 원 이상 공공 공사에서 지역업체 참여 비율은 20%대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공공기관 발주 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등의 적용을 받기 때문인데, 정부 발주 공사 88억 원, 국가기관의 경우 265억 원 이상 공사는 지역의무공동도급을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공공 공사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는 사례를 참고해, 지역의무공동도급과 지역제한경쟁입찰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동도급으로 참여하는 지역건설업체에는 일정 비율 이상 직접 시공을 의무화해 현장에서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될 때 허용될 수 있다고 했다. 대기업과 지역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벌어진 격차를 좁히는 일은 시혜가 아닌 정의의 문제다.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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