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 여전한 밤엔 어디서 피하나
“더위 지친 몸, 열대야로 회복 못 해”
부산 온열질환자 33% 야간에 발생
무더위쉼터는 대부분 주간만 운영
전문가 “밤 시간 취약층 대책 필요”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진 14일 부산 중구 자갈치역 고객대기실에 마련된 무더위쉼터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열대야가 이어지는 부산에서 야간·새벽 시간대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지만, 부산시 대책은 한낮 무더위 중심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 변화에 맞춰 열대야 등 야간 시간대에 무더위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오후 2시께 부산 중구 도시철도 자갈치역 5번 출구 인근 무더위쉼터. 15명 남짓한 좁은 공간은 어르신들로 가득 찼다. 더위를 피해 일부러 이곳을 찾은 인근 주민과 도시철도 이용객이 뒤섞여 있었다. 어르신들은 낮 시간대 쉼터 이용에는 대체로 만족하면서도 열대야가 심한 야간에는 이용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 대청동에 거주하는 박순영(77) 씨는 “집에 있으면 찜통이라 낮에는 외출 겸 여기라도 나오지만 밤에는 내려오기 어렵다”며 “산동네에 사는 노인들이 더위 피하겠다고 밤에 역 근처까지 오는 것이 더 일이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부산 누적 온열질환자는 지난 12일까지 모두 18명이다. 이중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인 야간 시간대에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6명으로 3분의 1에 이른다. 그중 3명은 열대야 현상이 처음 나타난 지난 10일 밤부터 4일 동안 집중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열대야 현상이 야간 온열질환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부산대병원 염석란 응급의학과 교수는 “밤에는 몸이 식고 쉬어야 하는데 열대야로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 무더위 대책은 한낮에 집중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더위쉼터이다. 시는 독거노인 등 무더위 취약계층을 위해 부산 전역에 1650곳의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15곳을 늘렸으며, 관공서뿐만 아니라 부산은행 영업점, KT 대리점 등 민간시설도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무더위쉼터 중 야간 무더위쉼터는 192개소로 11.6%에 불과하다. 운영 종료 시각도 오후 7시부터 10시, 자정 등 시설별로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열대야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만큼 야간 무더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연구원 김기욱 시민안전연구센터장은 "노후 주택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거주하는 노인들이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며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휴식 공간 접근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는 야간 무더위쉼터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자연재난과 강금모 자연재난팀장은 “지난해보다 야간 쉼터를 40여 곳 늘렸고 최소 읍면동별 하나씩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