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왜 술과 헤어질 결심?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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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나 직장 내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권하는 풍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음주량이 줄어들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부어라 마셔라’ 하던 음주 문화가 많이 사라진 여파다. 2030 세대에서는 ‘갓생’(부지런하고 계획적으로 생산적인 일상을 사는 것)의 일환으로 술 안 마시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4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맥주박람회&드링크 서울'에서 부스 관계자가 무알코올 맥주 시음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맥주박람회&드링크 서울'에서 부스 관계자가 무알코올 맥주 시음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당의 나라’는 이젠 옛말

2030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술을 즐기지 않는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24년 20대(만 19세 포함)의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은 64.8g으로, 1년 전 95.5g에서 30% 이상 급감했다. 이는 60대의 하루 평균 섭취량인 66.8g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또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응한 19∼29세 중 아예 술을 마시지 않거나, 마시더라도 월 1회 이하라는 응답 비율은 2024년 기준 56.0%를 차지했다. 조사가 시작된 2005년 37.9% 이후 최고치다. NH농협은행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0대의 주점 소비 금액은 전년 대비 20.9% 급감했다. 30대 역시 15.5% 감소했다.

2030 세대의 주류 기피 문화로 이제 ‘주당의 나라’도 옛말이 됐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15년 407만 3615KL로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298만 7726KL로 10년새 26.7%나 급감했다. 2020년대 들어 전체 주류 출고량은 2020년 321만 4807KL, 2021년 309만 9828KL, 2022년 326만 8623KL, 2023년 323만 7036KL, 2024년 315만 1371KL, 2025년 298만7726KL을 기록했는데, 2022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국내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 젊은 층, 술 왜 안 마실까?

젊은 층의 술 소비 감소 원인으로는 음주를 절제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현상이 꼽힌다. 소버 큐리어스는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의미의 소버(Sober)와 ‘호기심이 많은’을 뜻하는 큐리어스(Curious)가 결합한 용어다. ‘마시는 것이 당연한’ 술 중심 문화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신체·정신 건강을 위해 알코올 섭취를 멀리하고, 맑은 정신을 지향하는 문화적 흐름이다. 특히 20대는 술자리의 분위기보다 다음 날의 컨디션을, 취하는 즐거움보다 자기관리와 건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시간 대비 만족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시성비’ 가치관은 술자리에 쓰는 시간과 다음 날 숙취까지도 하나의 비용으로 인식한다. 술값을 ‘매몰 비용’으로 생각하다 보니 회수 불가능한 경제적 비용이 아닌 건강이나 취미 활동 등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것이다.

2030 세대가 술 없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 점도 한 요인이다. 러닝 크루, 독서, OTT, 소모임 등 취미 활동이 생겨나면서 회식이나 술자리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던 문화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에 맞춘 새로운 공간도 등장하는 추세다. 최근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서울 성수, 홍대 등 지역을 중심으로 ‘논알코올 편집숍’이나 ‘논알콜 바’ 문화가 확산한 것이 대표적이다. ‘논알코올 편집숍’은 전 세계 수십 종의 논알코올 맥주와 와인, 칵테일을 판매한다. ‘논알코올 바’에서는 먼데이 진 토닉, 정산소종 밀크셰이크 등 다양한 논알코올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또 젊은 층은 술을 마시더라도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저도수 주류를 선호하거나, 비교적 건강에 해롭지 않은 제로슈거·저칼로리 주류를 찾는다.

소주, 맥주 위주의 일률적 음주 문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음료를 경험하는 소버 큐리어스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젊은 세대가 술을 기분 좋을 정도로만 마시는 걸 근사한 라이프스타일로 생각하는 추세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마트 진열대에 무알코올 주류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마트 진열대에 무알코올 주류가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비주류’에 맞서는 주류업계

술 안 마시는 신인류의 등장에 주류 업계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제조사들은 주류 시장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제품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과거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인기 제품이 주력이었다. 주류업체는 무알코올, 저도주 등 제품을 선보이며 ‘비주류’(非酒類)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독주’로 승부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맛과 부드러움, 저당 등을 강조하는 추세다.

2000년대 초만 해도 25도를 넘나들었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6도 이하가 ‘뉴노멀’이 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7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춘 데 이어, 올들어 제로 슈거 소주 ‘새로’도 16도에서 15.7도로 조정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2024년 ‘참이슬 후레쉬’를 16도까지 낮췄다.

맥주 시장도 변신 중이다. 무알코올과 비알코올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제로 0.00’과 ‘하이트 논알콜릭 0.7%’를 판매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는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내놨다. 이 회사는 최근 클라우드 광고에서 ‘이 좋은 맥주에 소주를 왜 섞어’라는 문구를 내세워 ‘소맥과의 작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카스 0.0’ ‘호가든 제로’ ‘버드와이저 제로’ 등 무알코올 맥주 6종을 보유하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니스 문화로 인해 국내 무알콜·논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25년 704억 원에서 2027년 946억 원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삶을 고단함을 잠시 잊기 위해 술을 선택하는 문화는 서서히 위력을 잃어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에서도 술 대신 식사와 대화, 취미를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무알코올 음료를 제공하거나 음주 여부를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술이 술이 아닌 시대’가 이제 대세가 되는 걸까. 기성세대가 격세지감을 느낄 만하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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