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마 부산’ 식히려면 꽉 막힌 바람길 53곳 열어라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 발표
강서·북·사상·금정 등 열원 집중
“건물 재배치·하천 복원 등 통해
자연 냉원, 열원으로 이끌어야”
기록적인 '극한' 폭염의 기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한 도로에서 살수차가 달궈진 도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뿌리며 지나가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경남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 속에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려면 산림과 바다에서 생성된 찬 공기가 도심으로 흘러드는 ‘바람길’을 확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이번 연구에서 현재 바람길이 단절되거나 막혀 관리가 필요한 지역으로 부산 53곳을 제시됐다.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이하 연구원)은 ‘부산 지역 열 환경 취약성 진단 및 바람길 관리 방안에 관한 연구’ 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고 4일 밝혔다. 해당 연구는 부산의 열 환경과 바람 환경을 각각 분석해 바람길 조성이 시급한 구역을 제시한 게 핵심이다.
연구원은 우선 부산 전역을 가로·세로 1km 크기 격자로 나누어 ‘열이 심하게 축적되는 곳(이하 열원)’과 ‘여러 방향의 바람이 모두 막히는 곳’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두 구역이 겹친 지역은 모두 53곳으로 나타났다. 해당 구역은 주로 서쪽 열원(강서·북·사상구)과 북동쪽 산지와 인접한 열원(금정구), 그리고 강서구 남쪽의 소규모 열원 등에 분포했다.
연구에 따르면 부산 내 열원은 농·공업지 집중된 서부와 시가지가 밀집한 중앙부·도심 등이었다. 농경지와 식생이 거의 없는 맨땅 등은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돼 온도가 쉽게 올라간다. 시가지는 인공열 발생으로 온도가 높은 특징을 보인다.
부산에 부는 바람은 크게 6개 방향인데, 남서계열 2개와 동~북동계열 4개로 나뉜다. 이 가운데 남서풍은 바다에서 도심 내부까지 바람길이 원활하게 흐르는 편이지만 동~북동풍은 도시 진입 과정에서 바람 흐름이 약화되며 통풍이 단절되는 경향을 보였다.
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온도가 높으면서 통풍도 잘 되지 않는 구역을 지도에 격자로 표시해 겹쳐보니, 앞선 53개 구역이 최종 우선검토 대상으로 도출됐다. 연구원은 해당 53개 구역에 향후 정밀 모의 분석과 현장 관측을 거쳐 바람길 확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산림과 바다에서 생성된 비교적 차가운 공기를 열이 집중된 도심으로 유입하면 도시 전반의 온도를 친환경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바람길 조성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람길을 만들려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구역(이하 냉원)의 바람이 열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도심 속 건물 배치와 높이를 조정하는 도시계획 설계는 물론, 도심 곳곳에 냉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연구원은 냉원 조성 방안으로는 도심 공원을 확충하거나 복개하천을 열어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는 사업 등을 제시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폭염 위험이 매년 심화되는 만큼, 도심 속 바람길을 터주는 친환경 기후관리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시의 공간계획 수립에 기초자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