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넘은 ‘지속가능한 문화 도시’ 원동력은 시민 지지 [부산은 열려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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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축제의 도시

지난해 부산서만 57개 행사 개최
경제·도시 브랜드·관광산업 견인
지역 예술인 키우는 산실 역할도
세계인·주민 참여도가 성장 좌우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역축제는 단순히 지역 주민 중심의 문화 행사를 넘어 지역 경제의 활성화, 도시 브랜드 가치 향상, 관광 산업화 등 지역의 복합적인 성과를 향상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국내에서 열린 축제는 모두 1214건에 달한다. 부산에서는 57개의 축제가 열렸다. 2024년 기준 부산 전체 축제의 방문객 수는 1209만 명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같이 지자체가 주최하지 않는 축제는 제외된 통계여서, 도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축제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셈이다.

■도시 성장동력을 바꾸는 축제

매년 열리는 수십 개의 축제를 일회성 이벤트로 소비하고 말지 않으려면, 축제를 도시의 지속 가능한 원동력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성공 사례가 바로 BIFF다. 1996년 제1회 BIFF가 개막한 것은 단순히 부산에 영화 축제 하나가 생긴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국내 최초 국제영화제로 자리 잡으며 BIFF는 ‘영화도시 부산’이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창출했다.

이러한 도시 브랜드 덕분에 1999년 부산영상위원회가 출범했고, 2013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당시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으로 내려왔다. 미래 영화인을 배출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아카데미가 생겼고, 현재는 기장군에 부산촬영소까지 건립되고 있다. BIFF가 굴린 공이 도시에 새로운 문화 클러스터를 차근차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부산영상위는 부산 로케이션 촬영을 유치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데, 지난달 기준 부산영상위가 유치한 촬영 건수는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2064편에 달한다. 부산으로 온 촬영팀이 직접 쓰고 간 돈은 1535억 원으로 집계되며, 7600여억 원 수준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스크린에 부산 풍경이 나오면서 도시를 홍보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

‘영화도시 부산’이라는 브랜드는 단순히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글로벌 개방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BIFF,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등에는 매년 수많은 해외 영화인과 글로벌 관람객이 국경을 넘어 찾아온다. 이들이 이질감 없이 스며들어 축제를 즐기고 교류할 수 있는 글로벌 도시 체질이 만들어진 것 역시 BIFF 이후 탄탄하게 다져진 영화 분야 클러스터의 힘이다.

제2의 BIFF 모델을 선보일 잠재력을 가진 다음 타자들도 대기 중이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부산국제연극제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국내 최장수 록페스티벌이며, 부산국제연극제는 최근 ‘글로벌 공연 유통 허브’를 목표로 삼고 국내 작품의 해외 진출과 해외 공연계와의 네트워크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축제를 일회성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음악도시 부산’, ‘연극도시 부산’이라는 개방적 브랜드로 확장한다면,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와 글로벌 관광객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머무는 진정한 글로벌 문화 도시로 부산의 체질이 한층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예술인의 산실

축제는 지역민의 문화 향유권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문화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 축제가 지역 예술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진정한 산실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예술인들이 입을 모아 토로하는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활동 무대와 발표 기회의 부족’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축제는 지역 작가, 공연자, 기획자가 대규모 청중과 만나는 소중한 ‘테스트베드’로 작동한다.

특히 축제를 매개로 초청된 외부 유명 예술인과의 공동 제작 및 협업 무대는, 지역 인재들이 실전 노하우를 체득하고 예술적 시야를 넓히는 결정적 성장의 계기가 된다.

단국대 공공경영대학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이희성 교수는 “문화예술이라는 건 결국 도시의 품격이면서 공공재”라며 “지역 예술인들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지역 대중음악 생태계 활성화와 신진 아티스트 발굴을 위해 부산 기반의 지역 음악인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 열리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도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밴드기린, 해서웨이 등이 무대에 오른다.

■시민 참여가 생명

비록 세계를 지향하는 ‘국제’ 축제라 할지라도,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령 영국에서 2007년부터 시작된 ‘필드 데이(Field Day)’는 중대형 규모의 음악 축제였으나, 심각한 소음과 공원 훼손 등의 이유로 당초 개최지였던 빅토리아파크에서 쫓겨나 브록웰파크로 이전해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주민의 참여 저조는 국내 축제들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예산 관련 민간 연구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주민의 지역축제 참가율은 부산의 경우 2019년 41.3%에서 2023년 22.2%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러한 통계가 부산의 축제들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축제가 세계인과 지역민이 모두 주인으로 어우러지는 진정한 ‘열린 도시’의 유산이 되려면, 안으로는 지역 주민의 든든한 참여와 포용력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 해법 중 하나로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도입을 꼽을 수 있다. 예컨대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리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사상 구민에 한해 입장료 50%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주민을 축제 안으로 끌어안는 장치들이 뒷받침될 때, 축제는 비로소 도시에 깊이 뿌리내리고 진정한 글로벌 개방 도시 부산의 든든한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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