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시인들이 꽂혔던 한 편의 시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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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한 편의 시로부터/김기택·조용미 외

좋아하는 문학 작품의 문구를 필사하고, 도서전 방문 기록을 SNS로 공유한다. 그야말로 문학의 매력에 푹 빠진 텍스트힙 시대이다. 그런데도 시(詩)란 녀석은 쉽사리 곁을 주지 않는 모양이다. 책 읽기에 적극적인 유명 출판사 북클럽 회원들조차 ‘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라거나 ‘어려운 철학책을 보는 것 같다’라는 푸념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내 영혼을 뒤흔든 한 편의 시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시인 마흔한 명의 대답을 모은 산문집이다. 자신이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됐거나, 시적 성장에 영향을 준 작품이 하나씩 소환된다.

김용락 시인은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읽으며 자신의 옹졸한 소시민성을 성찰했고, 안준철 시인은 천양희의 ‘직소포에 들다’를 아프고도 환한 첫사랑 같은 시라고 되뇌었다. 석민재 시인은 여고 시절 박용주의 ‘벽지를 바르며’를 만난 충격을 ‘입시를 위해 읽고 외웠던 시와 시인이 머릿속에서 다 지워지는 순간’으로 표현했다.

시인들도 그저 한 사람의 독자이던 때가 있었다. 시와 격조하거나, 반대로 해소되지 않는 열망으로 애태웠다. ‘얼치기 공대생’ 시절, 모방 같은 습작을 반복하던 김명기 시인은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인 나희덕의 ‘뿌리에게’를 읽고 자신이 충족하지 못했던 무엇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책을 엮은 이종민 전북대 명예교수는 “언어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존재의 떨림을 담는 그릇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며, 이 책은 바로 그 순간을 들려준다고 소개한다. 김기택·조용미 외 지음/태학사/288쪽/1만 8000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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