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숙제는 시작됐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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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사회부장

검찰의 모든 수사권 없앤 개정안
범죄 피해자 사법비용 증가 우려
경찰 부실 수사 견제 장치도 허술
짧았던 숙의과정 부작용 불보듯
후속조치 지금이라도 촘촘하게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해줘요. 집 근처 경찰서에 갔더니 부산경찰청으로 가라 하고, 부산경찰청에서는 울산으로 가라 하고….”


얼마 전 60대 사기 피해자가 사회부로 찾아왔다. 사회부에는 경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온다. 수사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도 수시로 걸려온다. 이런 제보가 들어오면 실제 피해 여부, 사회적 파급력과 공익성, 취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사화 여부를 결정한다. 심각한 피해에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제보자의 답답함에 공감하면서도 기준에 못 미쳐 기사로 쓰지 못한 때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만났던 제보자와 범죄 피해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억울함이 생겨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제보가 더 늘어나겠다는 씁쓸한 전망도 함께 들었다.

일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법조계에서도 나온다. 변호사들은 범죄 피해자들이 피해 입증을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이 찾아올 것이라 예상한다.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그 공백을 이제 범죄 피해자가 변호사 도움을 받아 메우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2021년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이후 벌어진 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되면서 현장에서는 수사 지연이라는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줄어든 만큼 수사가 경찰로 몰리면서 수사 지연이 늘어났다. 여기에 검찰의 수사지휘권마저 폐지되면서 두 기관이 서로 사건을 떠미는 현상까지 겹쳤다.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것은 결국 범죄 피해자들이다.

수사 지연은 범죄 피해자의 사법 비용 증가로도 이어진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니 피해자들이 변호사를 고용해 직접 증거를 모으고 경찰에 수사를 독려하는 일이 잦아졌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경찰서에서 수사 여력이 없으니 증거를 직접 찾아오라는 답을 듣고 변호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예컨대 사기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경찰에 넘겨줘야 사건 처리가 빨라지기 때문에, 변호사를 통해 민사 소송을 먼저 진행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형사 고소를 이어가는 식이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쟁점은 보완수사권이었다. ‘장윤기 사건’이나 ‘돌려차기 사건’처럼 경찰 수사가 부실했을 경우 이를 바로잡을 장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여당은 범죄 피해자가 경찰 수사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경찰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기 때문에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한 피해자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의신청 과정에서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또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검사에게 송치되더라도, 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경찰에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요구하는 것뿐이다. 결국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수사는 다시 경찰의 손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개정 형소법에 따르면 검사는 경찰의 부실·불공정 수사가 우려될 경우 상급 관서로 사건을 재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절차의 한계도 뚜렷하다. 법에 명시된 ‘현저하게 부실’한 수사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검사가 직접 수사를 못하는 이상 부실 여부 판단은 경찰이 작성한 서면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의도적인 부실 수사일수록 서류는 부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기관을 재지정하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는 또 한 번 지연될 여지가 크다.

기존 형소법이 완벽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 법체제에 맞춰 돌아가던 시스템을 흔들었다면,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에는 면밀히 대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7월 9일 김한규 의원의 대표 발의를 시작으로 법안 통과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숙의 과정을 거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었다. 형소법 개정이 여당 당대표 선출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발의되면서, 지지세력 결집과 정체성 검증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형소법 개정 후 여당의 한 의원은 “숙제가 끝났다”고 했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돈 없는 범죄 피해자 구제는 어떤 식으로 할지, 경찰의 부실 수사를 어떻게 보완할지, 경찰의 비대해진 권한을 견제할 장치는 무엇인지 논의는 계속돼야 한다. 국민 다수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번 개정안의 성패는 결국 후속 조치를 얼마나 촘촘히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숙제를 제대로 해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2년 뒤 총선에서 이뤄질 것이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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