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분 일찍 퇴근” 시말서…울산정신건강복지센터, CCTV 불법 열람
방범용 CCTV 2대로 근태 점검하고
위기개입팀 요원 등 4명 징계 조치
사전동의 건너뛰고 열람 당일 통보
노사협의회도 열람 40일 지나 개최
센터 측 “절차적 미비 있었다” 시인
울산시 “위법 확인 시 엄정 조치”
울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부에 설치된 CCTV. 설치 목적이 시설 안전과 화재 예방으로 한정돼 있음에도 센터 측은 목적 외인 직원 근태 점검 용으로 해당 영상을 열람했다. 권승혁 기자
울산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직원 근태를 확인하기 위해 청사 내 CCTV를 규정을 어기고 열람한 사실이 확인됐다. 센터는 이 과정에서 고작 1분 조기 퇴근 등을 문제 삼아 위기개입팀 요원 등에게 시말서를 쓰게 했다. 울산시가 마더스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이 센터는 24시간 자살예방 상담과 정신응급 대응을 맡고 있다.
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센터는 지난 5월 13일 센터장 전결로 ‘직원 근태 점검’이란 내부 결재를 통해 CCTV 열람 계획을 확정했다. 다수 직원의 출퇴근 등록 미인식이 증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각 팀장이 4월 근무상황부에서 미등록 직원을 추려 CCTV 영상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점검 대상은 전체 51명 중 21명이었다.
센터는 출입구를 비추는 CCTV 2대를 확인해 4명에게 주의 조치와 함께 시말서를 받았다. 위기개입팀 3명과 다른 상근 직원 1명이었다. 사유는 1분 조기 퇴근 2건, 4분 지각 1건, 4시간 지각 1건이다. 위기개입팀은 자살 시도 등 정신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소방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는 부서다. 야간과 휴일 호출에 응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근무가 길어지는 일이 잦다.
해당 점검은 관련 법령과 규정을 다수 위반했다. 우선 센터 내 CCTV의 설치 목적은 ‘시설안전, 범죄 및 화재예방’으로 한정돼 있어 근태 관리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와 제18조는 고정형 영상정보처리기기 운영자가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기기를 조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수집한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이용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직원 사전 동의 절차도 무시했다. 센터는 점검이 시작된 5월 13일에야 사내 단체 대화방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열람 권한 규정도 어겼다. 영상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센터장과 상임팀장 등 2명뿐이지만, 권한 없는 일반 팀장 2명이 영상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상임팀장, 센터장 결재까지 거쳤다. 영상정보 열람·이용 대장에는 열람일이 두 건 모두 5월 3일로 적혀 있었다. 센터는 “5월 13일을 잘못 적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목적 외 이용 내역을 남기도록 한 기록조차 부실하게 관리한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목적 외 이용 사실을 홈페이지 등에 게재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상시 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으로서 거쳐야 하는 노사협의회는 열람 후 40여 일이 지난 6월 24일에 ‘CCTV 운영기준 수립’ 안건으로 뒤늦게 열렸다.
센터 측은 “절차상 미흡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센터 관계자는 “지각 관련 불만이 접수됐고, 도입된 지 1~2년 된 전자 지문인식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환기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센터 안팎에서는 “지문인식기 기록이 부정확하다면 기기나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인데, 규정을 어겨가며 CCTV 영상까지 동원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유사 사건에서 CCTV를 이용한 근태 확인을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2017년 모 시설관리단 소장이 소속 미화원의 무단외출 여부를 CCTV로 확인한 사건에서, 시설물 안전관리나 도난방지를 위해 설치한 영상을 직원 동의 없이 근무 감시에 쓰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울산시는 현장 점검을 통해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절차적 위법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원칙에 따라 조치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