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계약서 밝혀지나…대법원, 명령 최종 확정
영풍 장형진 고문 재항고 기각
9300억 소송 증거전 계속
항고심 “공시만으론 부족”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간 경영협력계약 원본을 법정에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두 회사가 맺은 계약 내용이 공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KZ정밀은 대법원 민사1부가 영풍 장형진 고문의 재항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18일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계약서 원본 제출을 명령한 1·2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됐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KZ정밀이 장 고문과 영풍 이사 등을 상대로 낸 9300억 원대 주주대표소송이 있다. KZ정밀은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MBK 측에 부여하는 등 영풍에 불리하고 MBK에 유리한 내용을 계약에 담아 법인과 일반주주의 이익을 훼손했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문서제출명령은 이 소송 과정에서 계약서 원본을 증거로 확보하기 위해 KZ정밀이 별도로 신청한 절차다. 장 고문 측이 임의 제출을 거부하자 KZ정밀은 법원에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12월 이를 인용했다.
장 고문 측이 불복해 낸 즉시항고를 서울고법이 지난 4월 기각했고, 이어진 재항고마저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계약서 제출 의무가 최종 확정됐다.
문서제출명령 대상은 2024년 9월 12일 영풍과 장 고문, MBK파트너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체결한 ‘경영협력에 관한 기본계약’과 후속 계약서 일체다. 계약에는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영풍 보유 고려아연 주식에 콜옵션, 우선매수권, 공동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담겨 배임 논란을 낳았다.
앞서 서울고법은 항고심 결정문에서 공개매수신고서 등 공시 내용은 계약의 주요사항을 요약한 수준에 그쳐, 콜옵션의 구체적 행사 방법 등이 모두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풍의 손해 발생 여부와 손해의 구체적 정도는 본안소송에서 증거조사를 통해 가려야 할 문제라는 취지다.
다만 이번 대법원 결정은 계약서를 증거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절차적 판단일 뿐, 배임 성립 여부 자체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계약서가 실제 법정에 제출되면 그 내용을 토대로 손해 발생 여부와 손해액을 다투는 본안 심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KZ정밀 관계자는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MBK·영풍 경영협력계약을 증거로 확인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최종 유지됐다”며 “영풍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에 어떠한 권리를 설정했고 그 조건이 법인과 일반주주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법원과 주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진실이 철저히 규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영풍은 계약 내용 공개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 전략에 차질을 줄 수 있다며 거래상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영풍 측은 또 주주대표소송 원고인 KZ정밀의 최대주주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및 동일인 관련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제리코파트너스라는 점을 들어, 소송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