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주책방 대표 이동주 박사, 현미경과 책장이 함께… 생물학자가 만든 특별한 책방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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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자연과학책방 문 열어
과학책과 소설 섞인 독특한 서가
책방 안 연구실에서 연구도 계속
아이들 위한 과학반·특강도 운영

부산 서구 동대신동 주택가의 한 작은 책방에는 책장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안쪽에는 현미경이 놓인 생물학자의 연구실이 숨어 있다. 이곳은 국내 1호 자연과학책방으로 불리는 ‘동주책방’이다.

책방지기 이동주 박사는 곤충학과 수서무척추동물을 전공한 이학박사다. 영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을 지냈고, 신라대에서 겸임교수로 생태학과 진화를 가르쳤다. 지금도 국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생물학자이자, 과학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며 책방의 큐레이터이자 사장이다.

부산 연제구에서 자란 이 박사는 일곱 살 때부터 곤충을 채집해 표본을 만들고 도감을 찾아봤다. 책방 역시 오래된 꿈이었다. “큰 서점에 가도 과학책이 점점 없어지고, 그나마 손도 닿지 않는 구석에 꽂혀 있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직접 자연과학책방을 열기로 했어요.”

2018년 동광동 인쇄골목의 한 건물 3층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광안리와 망미동을 거쳐 지난해 초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영국 연구원 시절 틈날 때마다 도서관과 헌책방을 찾았던 경험도 책방을 꾸리는 데 영향을 줬다.

책방 이름은 자신의 이름을 땄지만, 그 안에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존경하는 과학자의 이름을 딸까 고민도 했는데 그냥 제 이름을 당당하게 걸기로 했어요. 또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거든요. 시인을 생각하며 찾아온 분에게 과학을 소개하고, 과학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문학을 권하고 싶었습니다.”

약 3000권의 장서 가운데 70%는 자연과학 서적이고 나머지는 소설·에세이·SF·독립출판물이다. 특이한 건 분류 기준이다. 과학과 문학이 명확히 나뉘지 않고 주제로 얽혀 있다. “소설들 사이에 과학책이, 과학책들 사이에 소설이 꽂혀 있어요. 과학만 좋아하시는 분들은 연관된 소설을, 소설만 읽는 분들도 과학적 색깔이 있는 책을 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책이 팔리거나 신간이 들어오면 배치도 자주 바꾼다. 단골들은 이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사장님 심리 상태가 또 바뀌었어”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책방 문에는 손글씨로 써 붙인 문구 하나가 있다. ‘참고서와 문제집 같은 슬픈 책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즉흥적으로 적은 글이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이 박사는 매주 과학반 수업, 특강과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한다. 이달부터는 기술보증기금의 후원과 국립부산과학관의 협력으로 취약계층 어린이를 위한 반도 열었다.

동주책방은 뜻밖에도 익명의 연구자들이 모이는 아지트가 됐다. “다른 분야 연구자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그런 분들이 찾아오세요. 신분을 밝히지 않는 분들도 있지만 고르는 책들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는 게 느껴지죠.”

이 박사는 최근 교양서 〈그림 그리는 과학자〉를 펴냈다. 미대 진학을 고민할 정도로 그림을 좋아했던 그는 현미경으로 관찰한 생물을 직접 그린다. 앞서 과학 그림책 〈엄청 작아 많아 빨라!〉를 쓰고 여러 그림책을 감수하기도 했다.

그는 책 판매만으로는 책방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담담히 말했다. “마이너스죠. N잡러라고 할 수도 있는데 힘들긴 해요. 하지만 강연이든 서점이든 연구든,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과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과학자가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도 싶고요.”

이 박사가 그리는 동주책방의 미래는 거창하지 않다. 올 때마다 새롭고, 다른 곳에서는 하지 못한 경험을 얻어가는 공간으로 남는 것이다.

“여기 와서 무언가를 얻어가도 좋고, 그냥 재미있었다고 느껴도 좋아요. 아마 죽을 때까지 이 책방을 하지 않을까요.”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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